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새로운 시장에서 자동차 전장 부품의 성능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배터리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새로운 ‘캐쉬카우’로도 손색이 없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LS 등 국내 주요 전자 관련 기업들이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미국 하만을 인수하며, 세계적인 전장 부품 회사로 단번에 올라선 삼성전자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의 기술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사고 있다. 이들은 최근 3억 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Samsung Automotive Innovation Fund)'를 조성해 전장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는 스마트 센서, 머신 비전, 인공지능, 커넥티비티 솔루션,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해 운영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하만 인수 계획을 발표한 뒤 1년여의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사실상 관련 부문의 투자가 멈춰 선 바 있다”며 “그러나 이번 결정이 혁신을 다시 가속화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력구조를 완성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기술혁신은 내부역량 강화를 통해 이룬다’는 기존의 방침에서 선회해 대규모 M&A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업체 ‘ZKW’ 인수전에 LG전자가 참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거래가 성사되면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전기차용 배터리팩’ 생산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2500만달러(약 285억원)를 들여 전기차부품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이 지역에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LG의 경우 차량용 음향기기 등의 전자제품은 LG전자, 배터리는 LG화학, 통신부품과 일반모터는 LG이노텍,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차량용 경량화소재 등 내외장재는 LG하우시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발은 LG CNS가 각각 맡아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LS도 최근 자회사인 LS전선이 자동차용 전선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내년 초 전기차 지주회사 LS EV 솔루션(가칭)을 설립하고, 이를 위해 전기차 사업부를 분사해 LS EV 코리아(가칭)를 조만간 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S전선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지주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이 국내 전자업체들이 전장 부품 사업에 속속 발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로는 그 성장 가능성이다. 실제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전장부품의 규모는 2012년 210조원에서 2020년에는 340조원으로 확대된다. 안전 기능이 추가될수록 기술적 복합도가 커지고, 차량이 더욱 많은 정보를 수집할수록 이를 분석, 처리할 수 있는 전자 장비의 능력도 비례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자업계가 세계에서 1위를 점하고 있는 대부분의 분야게 전장 부품 산업과 연관이 있다”며 “이로 인해 삼성, LG 등 기업들이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기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