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명의 투자자와 1명의 고위내각 관료로 구성된 사절단은 일본의 투자유치가 한창 진행중인 동부경제회랑(EEC·East Economic Corridor)의 차층사오, 촌부리, 라용주를 방문해 투자환경, 절차, 유의사항 등을 조사하고 태국정부 관계자들과 투자유치 및 협력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과거 일본 기업 또는 정부에서 사절단을 꾸려 태국을 방문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태국을 방문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태국 현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최근 태국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히란야 쑤찌나이 태국투자청(BOI) 사무총장은 “태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순위에서 일본은 늘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투자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일대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더불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차이나머니’의 기세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라오스에 이어 최근 태국에서도 6조원 규모의 고속철 사업을 승인 받으며 고속철 굴기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태국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설정하고 투자를 가속화 하고 있다. 태국의 경제적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일본의 영향력이 독보적인 상황이지만 그 영향력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태국의 부동산시장 또한 중국인들의 장터로 변하고 있는 추세다. FT(Financial Times) 산하 분석기관인 FTCR이 지난 12개월간 해외 거주용 부동산을 매입한 투자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중국인 투자자는 미국 다음으로 태국 부동산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이 태국 등 동남아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는 건 중국의 대도시와 2~3선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투자 매력이 감소한데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자국 내 투자가 까다로워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관광 자원이 풍부하고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닌 태국에서 은퇴 후 여생을 보내려는 목적의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EEC는 태국 정부가 ‘중진국의 함정’(Middle Income Trap)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추진 중인 ‘Thailand 4.0’ 정책의 핵심 프로젝트로 해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EEC에 속한 지역은 태국 동부에 위치한 차층사오, 촌부리, 라용주 등 세 곳으로 전통 공업지대가 몰려 있어 이미 많은 외국 기업이 입주해 있다.
태국 정부는 “EEC를 아시아에서 가장 현대화된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고부가가치를 내는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EC에 기존 발판을 닦아놓은 일본은 제조업 생산기지에서 자동화 설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기술을 생산설비에 접목해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본무역진흥청의 한 관계자는 “향후 태국 투자전략의 핵심은 EEC를 선점하는 것”이라며 “태국 진출을 목표로 한 많은 일본 기업들은 인프라가 우수한 EEC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