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시공사 선정 임시 총회에서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한 손에 수첩을,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한 손에 A4 원고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사업비 8조원에 이르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열린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 21일 합동 설명회에 이어 두 건설사의 대표가 직접 무대에 섰다.
이미 전날인 26일 1800여명의 부재자 투표가 진행돼 사실상 이날 투표에 참여하는 조합원 수는 40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임시총회 성립 기준인 참석자 절반을 넘기기 위해 1500여명의 조합원이 잠실체육관에 몰렸다. 전체 조합원의 약 80%가 이미 투표를 마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표심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두 건설사는 과도한 홍보 경쟁을 자제하자고 약속한 만큼 작은 도로를 가운데에 놓고 조합원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적극적인 홍보는 진행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평균 나이가 70세를 웃도는 만큼 안전을 위한 준비도 철저했다. 체육관 입구에는 만약을 위해 구급차가 마련됐다.
두 시공사는 자정 결의문도 앞다퉈 발표할 만큼 이번 수주전은 치열했다. 지난 18일 현대건설은 조합원 총화 결과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의 ‘부제소 이행각서’를 조합 측에 제출하면서 ‘깨끗한 경쟁, 선의의 경쟁,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하루 앞둔 26일 GS건설은 자정 결의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GS건설은 ‘도시정비 영업의 질서회복을 위한 GS건설의 선언’이라는 제목 아래 식사 및 선물 제공과 과도한 홍보 등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이사비 지급과 호텔 설명회 등 두 건설사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나온 조치다. 앞서 현대건설은 이달 초 조합원 이사비로 5억원을 무이자 대출해주거나 대출 이자에 상응하는 7000만원을 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국토교통부는 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조합 측은 24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사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나 시작된 합동 설명회에는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한 손에 수첩을 들고 먼저 무대에 섰다. 정 사장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거주민이 2만명을 넘는다. 이들에게 스마트홈을 넘어서 스마트 소사이어티를 제공할 것”이라며 “50년을 넘어 100년을 넘어 세대를 넘어 살게 된다. 현대건설 70년의 노하우와 국내외 실적을 참고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논란이 됐던 이사비에 대해서도 “사업을 진행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인허가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해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돌려드리는 방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뒤이어 GS건설의 임병용 대표이사 사장도 한 손에 원고를 들고 무대에 올라 조합원들에게 인사했다. 임 사장은 현대건설의 원가 비공개 부분을 지적하며 “직원들로부터 공사비 원가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547억원에 시공해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이 끝나자마자 빠른 속도로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사업이 진행되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말로 빠른 사업 진행을 약속했다.
투표 후에는 각 건설사에서 세 명씩 참관한 가운데 개표가 진행됐다. 조합 측은 투표 인증샷이 개표 전 외부로 유출될 것을 우려해 조합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투표에 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