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10·4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 축사

2017-09-2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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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10·4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여정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적인 상황관리가 우선이며, 우리 정부는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군사적 충돌이 야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10·4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 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10·4 정상선언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회담의 준비위원장이었던 저도 이 자리에 서게 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10년 전, 남북의 두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했습니다. 그 선언이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남북관계가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날 도라산역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남과 북의 그 벅찬 합의와 감격으로부터 평화의 한반도를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0·4 정상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지도였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과 반목의 역사를 걷어내고, 평화와 공동번영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가자는 남북의 공동선언이었습니다.

남북관계의 기본이 상호존중과 신뢰의 정신임을 분명히 했고,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남북간 협력을 위한 군사적 보장과 신뢰구축조치와 함께, 북핵문제 해결까지 합의했습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다양한 경제협력을 통해 우발적인 무력충돌의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없애고 평화 번영의 길을 남북이 함께 개척하는 담대하고 창의적인 접근에도 뜻을 같이 했습니다. 저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신북방정책 역시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10·4 정상선언은 노무현 정부에서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역대정부의 노력과 정신을 계승한 것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통일의 원칙으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이 통일의 원칙에 합의한 이 정신은 노태우 대통령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으로 이어졌고, 그 모든 성과들을 계승하고 포괄하면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아 노무현 대통령의 10·4 정상선언이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10·4 정상선언은 역대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오랜 세월 한 걸음, 한 걸음씩 힘들게 진척시켰던 노력의 결실이었습니다.

10·4 정상선언이 이행되어 나갔다면 현재 한반도 평화 지형은 크게 변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10·4 정상선언을 비롯한 역대 정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고, 남북관계는 박정희 대통령의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갈수록 고도화되어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합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는 유례없이 함께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단호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전세계를 상대로 핵으로 맞서려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할 것입니다.

그와 함께 분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여정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국제사회도 평화적 해결원칙을 거듭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적인 상황관리가 우선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과정에서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군사적 충돌이 야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입니다. 북한에게도 여전히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여러 번 밝혔듯이 북한이 무모한 선택을 중단한다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발전을 도울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남북관계가 주춤거릴 때마다 누구보다 우리 국민들의 걱정이 클 것입니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고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길 기대했던 만큼, 국민들은 안타까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위기를 넘어서야 10·4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촛불을 들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지금 위기 상황입니다. 여야 정치권이 정파적 이익을 초월하여 단합하고 국민들께서 평화라는 오직 하나의 목표로 마음을 모아주시면,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평화는 현실이 될 것이며, 10·4 정상선언은 여전히 살아있는 합의로 숨쉬게 될 것입니다.

10·4 정상선언 합의 중 많은 것은 지금도 이행 가능한 것들입니다. 특히 평화, 군비통제 분야에서 합의한 군사회담의 복원은 남북 간의 긴장완화를 위해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인도적 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촉구합니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남과 북이 함께 10·4 정상선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선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노무현재단 회원 여러분,
고뇌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립습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신 분입니다. 언제나 당당했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가 지켜보는 눈 앞에서 군사분계선을 직접 걸어 넘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되고 점차 금단의 선이 무너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10·4 정상선언은 금단의 선을 넘는 수많은 국민들에 의해 반드시 이행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계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26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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