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통큰 베팅'... 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도약 발판

2017-09-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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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시장 최대 '빅딜'... 기술혁신.경쟁사 견제.수익 안정화 '1석3조'

D램 편중 수익구조 변화... 도시바 기술공조 여부 달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최대 ‘빅딜’에 성공하면서 기술혁신, 경쟁업체 견제, 수익구조 안정화라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을 주축으로 하는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낸드플래시 기술 혁신 등 시너지 클듯
일단 반도체업계에서는 도시바메모리전의 승리로 SK하이닉스가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도시바와 제휴해 공동 개발 파트너십 등을 통해 낸드플래시 기술혁신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TV로 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머리를 맞대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셈이다. 그만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도시바는 2D 낸드플래시에서 최고의 공정 경쟁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3D 개념도 처음으로 고안한 바 있다.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삼성전자(38.3%)에 이은 2위(16.1%)였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6%로 업계 5위다.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SK하이닉스는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바짝 추격하게 됐다. 추후 협상에서 도시바의 협력업체인 웨스턴디지털(WD)까지 한·미·일 연합에 합류한다면 점유율이 40%를 넘어 ‘삼성전자의 철옹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울러 중국 반도체업체들의 맹추격을 지연시켜 국내 반도체업계의 ‘방패막이’ 역할도 한 셈이 됐다.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선두그룹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향후 2년 내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서도 사실상 가장 많은 액수(2조엔 후반대)를 제시한 것은 대만의 훙하이 정밀 공업이었다. 그러나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견제로 일찌감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수익 구조 다변화로 위기대응력도 강화
이와 함께 위기대응능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낸드메모리의 경쟁력 강화로 현재 D램에 편중돼 있는 수익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지난해 기준)에서 점유율 25.2%로 1위인 삼성전자(48.0%)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을 어느 정도만 확보해도 수익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한·미·일 연합 내 반도체업체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해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3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2분기에도 글로벌 반도체 업계 3위에 오른 바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호황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협력 관계가 구축된 만큼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SK하이닉스는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에서 삼성전자와의 차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의 인수에 성공했더라도 당장은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완성품 형태는 기업과 관계없이 동일해 보이지만 적용된 기술규격과 생산공정은 전혀 다르다”며 “결국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향후 도시바와의 기술공조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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