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원주용칼럼] 과욕(過慾)과 과욕(寡慾)

2017-09-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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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 冬夏閑談]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과욕(過慾)과 과욕(寡慾)

‘과욕(過慾)’은 ‘지나친 욕심’을 뜻하고, ‘과욕(寡慾)’은 ‘욕심을 줄임’이라는 뜻이다.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이다.
과욕(寡慾)은 “마음을 수양하는 데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養心莫善於寡欲)”라는 <맹자> '진심'편에 나오는 것으로, 불교에서도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줄이는 것(淸淨寡欲)을 종지(宗旨)로 삼고 있을 정도로 마음의 수양과 관련 있는 말이다. 조선시대 지평(持平) 이동언(李東彦)은 숙종 30년(1704)에 “임금님의 얼굴이 전에 비하여 수척하고, 몸도 근래에 수차 아프셨다고 들었습니다. 백성 중의 보통 사람도 이미 40세가 넘으면 혈기가 오히려 쇠하게 되니 수양을 하셔야 하는데, 수양하는 방법은 청심(淸心)·과욕(寡慾)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없습니다. 이른바 ‘욕(慾)’이란 반드시 성색(聲色)·완호(玩好)·궁실(宮室)·여복(輿服)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뻐하고 성내는 감정이 중(中)을 잃거나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치우치는 것과 같은 것은 모두 자신의 마음을 흔들기에 족합니다”라고 상소하고 있다. 과욕(寡慾)은 심신(心身)을 수련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과욕(寡慾)하지 않고 과욕(過慾)을 하면 문제가 생긴다. 역사적으로 과욕(過慾)으로 인한 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위해 수은이 들어간 선약(仙藥)을 먹다가 중독되어 50세에 삶을 마감했으며, 숙종(肅宗)의 빈(嬪)이며 경종(景宗)의 생모인 희빈(禧嬪) 장씨(張氏)는 역관의 딸에서 출세하여 왕비로 책봉되었다가 거처인 취선당(就善堂)에 신당(神堂)을 차려놓고 인현왕후를 저주하다 사사(賜死)되었다. 근대에는 1957년 중국의 마오쩌둥은 당시 산업 강국인 영국을 따라잡겠다고 선언하고 1962년까지 ‘철강, 농작물 생산량 증대’라는 목표를 세우고 수억명을 동원했지만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인민 4500만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1100만대가량의 디젤차량이 배기가스 정보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는데, 이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배출검사를 통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비 개선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광범위하게 눈속임 장치를 장착했다가 78년 역사의 자동차 제국을 붕괴위기로 내몰고 있다.
그러니 공자(孔子)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라 언급했던 것처럼, 과욕(過慾)을 줄이고 과욕(寡慾)할 수 있다면, 현재 발생하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사건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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