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원색적 유엔총회 연설에 비난 봇물..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충격 휩싸여

2017-09-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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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트럼프 유엔연설 맹비난…"깡패두목 같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부터 이란 핵합의 파기 경고,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천명 등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초강대국의 리더로는 유례가 없는 공식 발언을 쏟아내 외신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WP)는 그의 말은 정치인이라기보다 깡패두목의 연설로 기억될 것이라며 '북한 완전파괴' 발언은 강경한 표현이라기보다 유치한 욕설이었다고 조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사상 어떤 미국 대통령도 상대국에 이처럼 갈등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그의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위협을 받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겠다고 발언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그의 극도로 강력하고 원색적인  표현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은 이러한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심한 듯 북한에 대해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짐 스키토 유엔 선임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적인 발언을 하는 동안 유엔총회장이 충격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스키토는 "그가 말했을 때 주변에 어떤 바람이 총회장을 휘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사람들은 놀랐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감정적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앞서 트위터에서 언급했던 처럼 ‘로켓맨’이라고 표현하면서 "(김정은은)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말로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연설은 북한의 2500만 주민을 향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이라는 무대를 북한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장소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트럼프 발언에 대한 수위조절에 나선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연설(2017년 9월19일)에서 "우리는 분명히 우리의 무기로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비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가 과하지 않다고 강변했다. 

◆유엔 데뷔전서 강조한 '트럼피즘'··· 美 주도의 70년 국제질서와 선 그어 

이번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선거 유세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 대해 "지금은 그저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즐기는 클럽"이라고 비아냥거리면서 "유엔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연설에서도 유엔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 비판은 자제했지만, 미국의 분담금 축소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이 유엔 예산의 22%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지나치게 많은 액수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41분의 연설에서 '자주적인'(sovereign) 또는 '주권'(sovereignty)이라는 단어를 총 21차례 사용, 이번 연설이 매우 '트럼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트럼피즘(global Trumpism)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면서 "지난 70년간 미국이 주도해왔던 국제주의와는 선을 그었다"고 지적했다.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모든 '주권'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는 결국 유세 당시 내걸었던 '미국 우선주의'가 다른 모든 국가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뉴욕 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주권'은 이웃 강대국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작은 국가들에나 어울리는 것이며,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과 베네수엘라도 타깃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부패한 독재정권"이라고 지칭했다. 이어 "2015년 체결된 핵협상 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미국이 한 것 중 가장 잘못된 협상"이라면서 "살인적 정권이 위험한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불안정한 활동을 지속하게 둘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부패한 정권이자 사회주의독재"라고 비난하고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찾게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무지한 증오 연설(헤이트 스피치)은 중세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것이지 21세기 유엔에서 할 말은 아니다. 답할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국제 정치의 새로운 히틀러인 도널드 트럼프씨(Mr. Donald Trump)가 베네수엘라인들과 대립하고 있다"면서 "누구도 베네수엘라를 위협하거나 소유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스웨덴의 외무장관인 마곳 발스트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잘못된 연설이며,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관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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