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3년간의 성과 및 조직에의 헌신도가 높이 평가된 것이다. 윤 회장은 심층 인터뷰를 앞두고, 노조와의 관계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는 지난 14일 명동 본점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윤 회장을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했다. 당초 김옥찬 KB금융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최종 후보자 3명에 낙점됐지만, 이들이 심층 인터뷰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은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역동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내홍을 겪은 이후 취임해 혼란스러운 조직을 잘 수습했다는 의미다.
또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등 계열사 간 균형 맞추기에도 힘을 쏟았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잇따라 인수해 지난 상반기 기준 비은행부문 비중이 37%에 달했다.
실적 개선도 괄목할 만 하다. KB금융은 지난해 2조14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2011년 이후 5년 만에 2조원을 돌파했다. 윤 회장 취임 당시인 2014년 1조4151억원과 비교하면 55% 급증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65.3% 늘어난 1조860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더불어 '리딩뱅크' 자리도 되찾았다. 주가와 시가총액도 연초부터 호조를 띠고 있다.
윤 회장의 심층 인터뷰는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확대위는 경영승계 규정에서 정한 회장의 최소자격요건 중 'KB금융그룹의 비전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장·단기 건전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 항목을 기준으로 후보자 심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확대위가 노조와 주주의 의견도 최종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윤 회장이 노조와의 관계 회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노조는 윤 회장의 '제왕적 독재경영'에 반발하며 인선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노조가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윤 회장 연임 찬반투표 설문에 사측이 개입해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13일에는 경찰에 관련 혐의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늘 경영을 같이 고민하기 때문에 노조와의 대화 창구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면, 다음은 은행장 분리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조직 내 갈등 수습을 위해 윤 회장이 KB국민은행장을 겸임했다. 분리를 위한 전제 조건은 '지배구조 안정'이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윤 회장은 "이사회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차기 은행장은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지주 이사회 5명(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되며, 윤 회장과 최영휘 이사가 공동위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