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북한의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 채택 사흘 만이자 우리 정부가 800만 달러(약 90억 6000만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발표한 지 하루만이다.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에 이어 또 IRBM을 발사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마이웨이'를 공언한 김 위원장의 말에 전세계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강도가 회를 거듭할수록 더 세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각도를 조금만 아래로 내려보면 3400㎞ 거리에 있는 괌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더욱이 북한이 지난달 29일과 15일 발사한 미사일은 북태평양으로 날아갔다. 이제는 태평양까지 넓혀 좀 더 과감한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이 앞서 말한 바 있는 '태평양 군사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성-12형뿐 아니라 ICBM급인 화성-14형도 태평양으로 발사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제재와 대화, 모두 통하지 않는 김정은의 최종 목표는 ‘핵·미사일 실전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재가 벌써 아홉 번째인데 제재로 북한의 행동을 멈출 수 없다는 것만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북한은 '제재해 봤자 우리는 끄떡 없다'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하루빨리 완결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며 "북한은 이미 목표를 정해놨기 때문에 이르면 올해 말에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파괴하는 '킬 체인'에 동원되는 우리 군 핵심전력인 탄도미사일 현무-2A(사거리 300㎞)의 성능에 경고음이 울렸다.
현무-2A는 사거리 180㎞의 현무-1을 300㎞로 늘려 개발한 탄도미사일로, 2006년께 우리 군에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미사일이다. 군은 북한이 15일 오전 6시57분께 평양 순안비행장 인근에서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자 6분만에 2발의 현무-2A로 대응 사격을 했다.
이날 거의 동시에 2발이 발사된 현무-2A 중 1발은 정상적으로 250여㎞를 날아갔으나, 나머지 1발은 발사 수초만에 바다에 추락했다. 현무-2A가 실전 배치된 이후 그간 여러 번의 사격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발사 수초만에 추락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현무-2A나 같은 계열의 현무-2B(사거리 500㎞), 현무-2C(사거리 800㎞)의 성능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유사시 우리 군의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미사일 운용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된 데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무기체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통상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북한은 16일 우리 정부의 현무-2A 무력 대응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이 지난 보수 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맹비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당국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저들의 비참한 신세에서 응당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제목의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현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으로 말하면 똑똑한 목표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책, 상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정책, 허황되고 주제 넘은 주장을 담은 정책, 민족의 지향과 요구를 외면한 정책 등 오명이 붙을대로 붙어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