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이마트에 이어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뗀다. 한국의 유통 양대 산맥 격인 롯데와 신세계가 모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못 이겨 탈(脫)중국에 나선 것이다.
당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5월 이마트의 중국 완전 철수를 공언했을 때만 해도 롯데는 흔들림이 없었다.오히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드 부지 제공사로 반(反)롯데 정서가 팽배한 중국에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친(親)중국 메시지를 보내며 사업 계속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한·중관계는 개선되지 않았고, 최근 우리 정부의 사드 잔여 발사대 배치로 양국관계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는 두 차례에 걸쳐 7000억원의 자금을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수혈했지만, 연말까지 1조원의 피해액이 예상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커졌다. 롯데마트는 현재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 연내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우리 정부는 WTO 제소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14일 못 박았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본 롯데가 롯데마트 중국 철수를 결정한 것도 바로 이날 오후다.
롯데에 앞서 이마트는 이미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연내 완전 철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적자 누적이 주원인이나 중국의 사드 보복이 더해지자 철수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중국에 진출했던 이마트는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적자가 쌓여 구조조정을 하면서 현재 6곳만 남은 상태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16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영업적자만 1500억원이 넘는다. 이마트는 현재 중국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과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한때 ‘차이나 드림’을 꿨던 국내 대형마트는 사실상 중국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