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치닫는 한·중관계…文정부 '중국通'이 없다

2017-09-1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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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에 내정된 노영민 전 의원. [사진=연합]

"청와대 내에 대 중국 외교전략이 전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중국 언론사 베테랑 기자의 말이다.

이 기자는 현 정부에서 갖는 한·중관계 개선에 기대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사실상 중국을 이해하기는커녕 중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이 청와대에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한다.

최근 외교가에서 문재인 정부에는 '중국 전문가가 실종됐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한·중 관계가 문재인 정부 들어 하염없이 악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중관계 개선을 꾀해 내놓은 '히든카드'에도 중국 측의 반응은 '별 관심없음'이다.

문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노영민 전 민주당 의원이 이달 말 주중대사로 정식 부임을 앞두고 있지만 중국 측에선 노 대사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중관계에 능통한 한 중국 국영기업 관계자는 "그 분(노영민 의원)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일단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며 "이제까의 (주중)대사의 역할이 별로 크지 않았다. 전 정부에서도 실세로 불리는 분이 중국대사로 왔지만 한·중관계를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한·중관계에서 주중국대사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새 정부의 신임대사가 온다 해도 한·중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의 선임기자는 "중국에서 봤을 때 청와대에 중국 관련 인력이 너무 없어 보인다. 양국 정상이 만난 후 처리가 사드 추가 배치였다"며 "현 정부의 (대중)외교전략이 안타까울 만큼 전무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도 한·중 간 여러 사건이 있어 관계가 벌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청와대 내 업무 담당자들 입에서 튀어나오는 중국어를 보면 하루이틀 공부한 실력이 아닐 정도로 중국을 들여다보려는 의지가 있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현 정부에선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에서 생각하는 대사의 역할과 위치, 그리고 한국에서 바라보는 위치와 역할에 대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김장수 현 주중대사의 경우를 언급하며 "중국이 생각하는 격과 급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대사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중국이 바라보는 위치와 역할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사가 박근혜 정부 시절 주중대사로 부임하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있을 때 중국 측 카운터파트(상대)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중국 대사로 부임하면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야 하면서 사실상 카운터파트가 격하됐다고 보여지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한·미관계에서 주미대사의 역할과 지위를 결정하는 관성에 의해서 중국 대사의 위치와 역할을 인식했다"며 "물론 우리도 외교장관 하다 주미대사로 간 분도 있고, 그러다 보니 한·미관계에선 문제가 없었던 것을 한중관계에 적용해 왔다. 때문에 격과 급을 따지는 중국 입장에서는 약간 맞지 않는 부분이 나타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그는 이어 "중국은 한중 수교 이후 경제발전 등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외교적 대화의 관례에서 벗어나, 이제는 G2라는 강국으로까지 성장한 지금 외교적 관계와 격을 따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그 과도기적 상황에서 우리가 변화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중국에 대한 전문성은 결여된 채 '관시(关系·인맥)'에만 집착, 이를 중국에 대한 강점으로 잘못 인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한권 교수는 "중국의 군사안보정책과 전략적 정책과 관련해 분야는 절대 '관시'가 중국의 국익을 앞설 수 없다"며 국내에서 지나치게 '관시'에 집착하는 분위기를 우려했다.

이는 외교부 내 미국·일본 전문가에 비해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조직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외교부혁식 태스크포스(TF) 내부망에 한 해외공관장이 올린 글이 이를 잘 반영한다.

해당 공관장은 "한중수교 25주년 동안 동북아국장 자리는 중국 전문가 2명이 보임했을 뿐이다"라는 외교부 내 동북아국장의 중국통 배제 현상을 꼬집었다.

현재 동북아국의 장은 일본통, 차관은 중국통이다. 이런 구조는 수년간 지속돼 왔다.

물론 중국 전문가를 본격적으로 키워낸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외교부 관계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심의관급(2급) 이상에 중국업무를 전문적으로 해 온 분들이 있다"며 "과장급에서도 서서히 인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수교 25년이 지난 지금, 정부 내 중국관련 업무자가 부재한 사실을 보더라도 오늘날의 한중관계의 악순환은 당연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통상통인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안보실장을 비롯해 이상철 제1차장과 남관표 2차장은 각각 남북문제 전문가와 헝가리·스웨덴 대사를 지낸 인물들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4강·북핵 외교 경험이 없는 유엔통이다. 조현 제2차관은 주 오스트리아·인도 대사를 역임한 다자·통상통으로 분류된다.

그나마 임성남 제1 차관만이 외교부내 중국통으로 분류된다.

특히 주중 대사의 경우 중국통보다 대통령 측근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이와 관련 한중수교 초대 주한특파원을 역임하고 수년간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한 인사는 "몇해 전부터 주중국 대사로 가는 분들은 중국에 대한 전문성도 없지만 '꽌시'조차도 없다"며 "전문가(중국통)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이라도 보내는 게 차라리 낫다"고 씁쓸해 했다.

전직 주중국대사를 역임한 한 전직 관료는 "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 정권의 후반기가 곧 시작될텐데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한중관계는 정말 곤란해 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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