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돌풍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정작 중금리대출 시장 창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13일 은행연합회 은행별 가계대출금리 비교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8월 일반신용대출 평균 대출금리는 5.59%다.
신용등급별로 살펴보면 1~2등급은 3.61%, 3~4등급은 5.66%, 5~6등급은 7.04%, 7~8등급은 8.89%다. 문제는 신용등급 4~7등급에 해당하는 중신용자들에게 케이뱅크 신용대출 금리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중은행과 비교해 보면 신한은행의 5~6등급은 4.58%, 국민은행은 6.43%, 우리은행은 6.33%로 케이뱅크보다 적게는 0.61%, 많게는 2.46%낮다. 시중은행 중 케이뱅크보다 5~6등급 금리가 비싼 곳은 하나은행(7.69%)뿐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금리는 저렴한 편이지만 신용대출이 고신용자에 집중되기는 마찬가지다.
연체를 하지 않을 만한 중·저신용자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권과는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NICE평가정보나 KCB 등 개인신용정보조회회사(CB)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에서 외면받아왔던 중신용자들을 새롭게 찾아내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이같은 모습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출범 이후 한 달 간의 대출 실적을 보면 고신용자의 대출 건수가 전체의 66.7%를 차지하고 있으며 금액 기준으로는 89.3%다.
이는 자체 CSS를 보유한 P2P업체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P2P업계 신용대출 1위인 렌딧은 자체 CSS와 자동 알고리즘을 토대로 대출을 내준다. 전체 대출자 중 중·저신용자 비중은 51%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에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금감원은 카카오뱅크 대출이 고신용자에 집중돼 있다고 판단, 상시 모니터링 및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본래 역할인 4~7등급 중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도입 배경 중 하나가 중금리대출 시장 확대였는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그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중금리대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는 방식 등으로 중·저신용자 포용에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