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협조 끌어낸 '수위 낮춘 제재안' 北 핵개발 봉쇄엔 한계

2017-09-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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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우려 나왔던 중국·러시아도 제재 찬성..."만장일치 채택에 의미"

원유 공급량 제한·김정은 제재 제외 등 '반쪽제재' 지적도

중·러發 대북 협상 도출 관건..."北추가 도발 예고에 지정학적 긴장 고조"

[그래픽=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제재안에는 전면적인 원유 금수(禁輸) 조치가 빠지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제재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초안에 비해 크게 수위가 낮아져 북한의 핵개발을 봉쇄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미국이 신속하게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 일본 이어 중국도 환영 입장··· "중·러 협조 끌어낸 절충안" 
이번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은 중국과 러시아에 쏠렸다. 그간 북한 핵도발을 비난하면서도 '대화 우선주의'를 고수하면서 적극적인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번번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11일(이하 현지시간)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자 국제사회도 대체로 반기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미국이 결의안 채택을 우선순위에 두고 기존에 추진해왔던 역대 최고 수위의 대북 제재 수위를 한 발 양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당초 미국이 제시한 결의안 초안에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해외 자산 동결·여행 금지 △대북 원유 수출 금지 △북한 화물용 선박 대상 검색 강화 등 강력한 조항들이 담겼었다. 

미국이 당초 입장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것은 제재 수위를 낮추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도 제재 결의안 채택이 부결될 경우 외교적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일정부분 절충한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HK,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2일 성명을 통해 "엄격한 제재 사항을 담은 새로운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은 고립되지 않으려면 결의안을 준수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도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결의안은 한반도 비핵화와 인근 지역의 평화·안정 등 핵비확산체제를 유지한다는 안보리의 일치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중국은 안보리가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내린 점에 찬성하며 제재 내용이 완전하고 완벽하게 실시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후 "미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아직 레드라인(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 않았다"며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헤일리 대사는 다만 "이번 제재는 북한에 부과된 가장 강력한 제재로, 추가 압력을 가하기 위해 미국이 독자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반쪽짜리 제재'에 효과 불투명··· 추가 도발 등 北 반응 관건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9일 만에 도출된 이번 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최초로 원유 관련 제재 조치를 포함하는 등 거듭된 북한 도발에 대한 엄중한 국제사회의 대응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의안에는 △정유제품 공급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 △원유 공급량 현행 400만 배럴 유지 △북한 노동자 신규 허가 금지 △섬유제품 전면 수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외신들은 이번 안보리 결의안 채택으로 북한에 대한 원유와 석유 정제품 수출은 30% 정도 감축되고 총 10억 달러에 상당하는 외화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이번 결의안은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기존 초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하면서 오히려 제재 효과에 발목을 잡는 '반쪽 제재'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공개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한 2가지 이론'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그간 대북 제재로 중국산 석탄 수입량이 감소했을 때, 북한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대안을 찾았다"며 "대북 제재 내용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지난 2006년부터 대북 제재 수위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북한이 개의치 않고 외려 핵 개발에 속도를 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한 직접적 타격이 적은 것도 신규 제재 효과에 대한 의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종 결의안 2375호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해외 은닉 재산 동결·여행 금지 조치 등 경제 제재 명단에서 제외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채택 이후 대화 채널 마련 등 외교적 해법을 거듭 촉구하고 나서면서 추가 절차도 고스란히 숙제로 남았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대사와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북한은 핵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기대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사자들은 긴장을 부추기는 대신 외교적 해법의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북 해법을 두고 헤일리 대사와 마찰을 빚었던 만큼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결의안 채택이 북한의 핵 개발 명분으로 작용, 올 연말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지통신, NHK 등은 "앞서 북한이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미국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예고했다"며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끝까지 핵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경계 태세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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