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발행 검토하는 세계 중앙은행들...중국은 통제 강화하며 사실상 퇴출 움직임

2017-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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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가상화폐 '에스트코인' 발행 계획...스웨덴·러시아도 동참

가상화폐 수요 증가에 중앙은행 통화정책 타격 가능성 우려 반영

중국,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을 모두 폐쇄시키기로

[그래픽=김효곤 기자]


문은주 기자, 조용성 베이징 특파원 =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각국의 자체적인 가상화폐 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중앙은행들이 늘고 있다. 가상화폐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기존 통화정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가이자 최대 거래국가인 중국은 금융 리스크 확대 방지를 위해 가상화폐 통제를 위한 고삐를 계속 쥐고 있다. 지난 주 중국 금융감독당국은 자국내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을 모두 폐쇄시키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움직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에스토니아·스웨덴·러시아...가상화폐 발행 검토 증가 추세 

파이낸셜타임스(FT)의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열린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에스토니아 가상화폐와 관련해 "어떤 회원국도 자체 통화를 소개할 수 없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유일한 화폐는 '유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체 가상화폐 제작 방침을 밝힌 에스토니아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국가 중 한 곳인 에스토니아는 최근 자체 가상화폐인 '에스트코인(Estcoin)'의 발행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토니아는 외국인들이 금융·조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신분증 개념의 'e-영주권(e-residency)'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IT 강소국이다. CNBC 등 외신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치가 높아지자 에스토니아가 화폐 발생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체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국가는 에스토니아뿐만이 아니다. 스웨덴은 이미 지난해 말 가상화폐인 'e-크로나(e-Krona)'를 2년 내 발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금 사용 감소 현상에 따른 조치로, 2018년 말 발행 여부가 확정되면 은행 계좌 없이도 전자 결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네덜란드와 캐나다, 영국 중앙은행도 가상화폐 발행 관련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께 이더리움 창업자인 비탈리크 부테린과의 만남을 통해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가상화폐 제도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 기존 통화정책 타격 우려 반영..."가상화폐, 기축통화 될 수도" 

각국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발행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장기적인 금융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투기 목적의 가상화폐에 투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가상화폐 결제가 보편화되면 중앙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 정책의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보도를 통해 "중앙은행은 이자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통화를 발행, 국채 등으로 운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지만 가상통화 유통이 급증하면 기존 화폐 점유율이 떨어져 중앙은행의 재무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래상 공간적·시간적 제한이 없는 점, 기존 은행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점, 국경이 없어 환전이 필요없다는 장점의 영향으로 가상화폐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 나온다. 화폐 공급량 조정 등 중앙집권형 권력을 가졌던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시타 나오유키(岩下直行) 일본 교토대 교수는 "세계 중앙은행들은 통화의 편리함을 높이려는 글로벌 경쟁에 휘말려 있다"며 "향후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가 기축통화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중국 베이징시 산하 '인터넷금융 리스크방지업무 영도소조' 판공실은 지난 7일 저녁에 '가상화폐플랫폼정돈통지'를 발표했으며, 8일부터 각 플랫폼들이 전면적으로 정리작업을 벌일 것을 요구했다고 텐센트과기넷이 10일 전했다. 이는 금융감독당국이 중국내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을 모두 폐쇄시키기로 결정했음을 뜻한다. 이에 훠비왕(火幣網), OKCOIN, 비트코인차이나 등 중국내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들은 서버의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보도에 영향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10% 가까이 떨어져 42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이에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4일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불법으로 판단해 금지조치를 내렸다. 또한 시중은행이나 거래플랫폼에 법정화폐와 가상화폐간의 환전을 전면 금지했다. ICO는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으로 가상화폐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이다. 중국에서 IC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약 1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18일까지 중국내 ICO 플랫폼은 43개이며, 65건의 ICO플랫폼이 완성됐으며, 총 조달액은 26억위안(한화 약 4500억원)에 달했다.

인민은행은 가상화폐 플랫폼과 관련한 개인 계좌를 조사해 거액이나 잦은 자금 거래가 이뤄진 경우 거래를 제한할 것임을 밝혔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가 자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내 가상화폐를 이용한 실물금융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금융리스크 역시 부각됐고, 금융당국이 서둘러 시장을 제한하고 나선 셈이다. 중국은 한때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의 약 90%를 차지했으나 관련 규제들이 속속 나오면서 비중이 30% 밑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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