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로 채워진 국책은행

2017-09-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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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뻔한 수준의 낙하산 인사"

금융권 인사가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관피아(관료+마피아)나 인맥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기조가 금융 공공기관장뿐 아니라 민간 금융권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국책은행장 모두 친노 성향의 인물이 인선됐다. 산업은행 회장으로 내정된 이동걸 동국대 경영학과 초빙교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청와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몸을 담은 학자 겸 관료 출신이다. 

수출입은행장으로 내정된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지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 미국 순방 때는 금융업권에서 유일하게 동행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재무관료 출신들이 맡아왔던 금융감독원장엔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내정됐다. 첫 민간출신이다. 하지만 인선 배경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 장 실장과 최 내정자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는 고려대 동문이기도 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장 실장이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후보로 각각 두 사람을 적극 추천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이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 역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면서 관피아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김효곤 기자 

이 같은 기조는 민간 금융권에서도 포착된다. 부산·경남은행 지주사인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대표적인 친문(親文) 인사가 낙점됐다.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인사가 결정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동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현대증권 및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경제정책 자문단으로 참여했다.

현재 한국투자공사와 SGI서울보증, 수협은행은 수장자리가 공석이다. SGI서울보증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예금보험공사가 93.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곳이다. 수협은행 역시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있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는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 곽범국 예보 사장의 경우 임기가 내년 5월까지로 여유가 있지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협회 중에선 손해보험협회장의 임기가 지난달 끝났다. 현재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은행연합회장(11월)과 생명보험협회장(12월)도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들이 곳곳에 임명되기 시작했다"며 "금융위 제청을 통한 청와대 임명, 공모 등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실상은 전 관료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나눠먹기 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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