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중소회계법인협 남기권 "자유수임제가 분식회계 초래"

2017-09-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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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11일 본지와 만나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독식하는 것처럼 큰 회계법인이 모든 외부감사를 독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업이 회계법인을 고르면서 도와달라고 말한다. 분식회계에 눈감으라는 의미다. 대충 넘어가라는 거다. 자유수임제는 분식회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11일 본지와 만나 이처럼 지적했다. 그는 회계인으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아쉬움, 회계업계 상생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바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어느 업종이나 부익부 빈익빈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소수 대형사가 과점하게 마련이라 중소형사는 어려움을 겪는다. 회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 아래로 크지 않은 회계법인이 뭉친 이유다. 협의회는 4년 전 세워졌다. 송재현 전 회장이 8월 말까지 4년 동안 협의회를 이끌었다. 최근 정기총회에서 남기권 신임 회장(진일회계법인 대표)이 선임됐다.

◆정직하게 감사하면 쫓겨나는 현실

분식회계로 여전히 사회가 떠들썩하다. 당연히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이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뿐 아니라 부정행위를 알면서 눈감은 회계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만 회계사 입장에서는 '벙어리 냉가슴 앓는' 난처한 면도 있다. 외부감사를 맡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업에 바른말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분명 기업은 감사 대상이지만 고용주이기도 하다.

남기권 회장은 자유수임제를 근본적인 분식회계 원인으로 꼽는다. 그는 "기업이 부탁하면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회계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연히 거절하면 감사 계약은 성사되지 않는다. 회계법인은 물론 회계사 본인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내키지 않아도 미심쩍은 기업과도 계약하는 이유다. 요구에 맞춰 보고서를 쓰느라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회계사 대부분이 겪게 마련인 비애다. 남기권 회장은 "건전한 회사는 회계사에게 불필요한 요구를 할 이유가 없다"며 "항상 문제 있는 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사건이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례는 회계업계에서 흔하다"며 "감사보고서를 정직하게 작성하는 회계사가 되레 퇴출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이 스스로 외부감사인을 선택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남기권 회장은 회계를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소신도 가지고 있다.

그는 "외부감사인 선임권을 기업에 주는 것은 피고가 판사를 선임하는 것과 같다"며 "회계는 공공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중립적인 기관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회계법인 '골목상권'까지 독식

정부도 자유수임제로 인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금융당국은 외부감사인 지정제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물론 개정안이 금세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개정안 자체에 대해서도 업계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남기권 회장은 "당초 지정제 확대가 아니라 100% 지정제를 바랐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더 걱정되는 부분은 지정제를 적용할 기업이 10%도 안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에서는 최소 50%라도 지정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외부감사법 개정안은 이런 바람을 못 담았다. 되레 개정안은 중소회계법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른바 '개수(個數) 떼기'가 이유다. 회계법인에 지정제로 기업을 배정할 때 단순히 회사 수를 기준으로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거다.

남기권 회장은 "자산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기업 수를 기준으로 배정해서는 안 된다"며 "덩치가 각각 1조원, 100억원인 회사를 똑같이 한 개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기준을 기업 수가 아닌 자산총계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는 설립 취지를 생각할 때 대·중소형사 간 상생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협의회에서는 정부가 회계법인 규모에 따라 경계를 나눠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남기권 회장은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독식해 자영업자가 고사하는 것처럼 대형 회계법인이 모든 외부감사를 독차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사는 큰일을 맡고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게 상생발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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