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대로 그동안 닭고기 유통구조가 불투명했던 건 사실이다. 소·돼지고기와 달리 닭고기는 경매 단계를 거치지 않아 생산·도축·가공 등에서 얼마나 유통마진이 붙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가격공시제로 소비자들은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거래된 닭고기 가격을 다음 날 오후 2시면 매일같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공시되는 닭고기 가격은 하림, 마니커, 목우촌 등 육가공업체들이 농가에서 살아있는 닭을 사들이는 평균 가격(위탁생계가격)과 도축장에서 가공을 한 뒤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단체급식 등에 납품할 때 받는 평균가격(도매가격) 등이다.
닭고기 가격이 매일 공시되면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격 인상을 감행(?)할 때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주관부서인 농식품부도 내심 이 점을 노렸다.
하지만 치킨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데다 오히려 치킨값 논란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만 쏟아낸다.
특히 프랜차이즈 점주들로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격공시제가 점포 임대료, 점원·배달원 인건비, 각종 재료비 등 치킨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시제와 연계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닭고기 가격을 내렸는데 점포임대료나 인건비가 오히려 오를 경우, 해당 점주의 수익 폭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닭고기 가격 이외의 비용에 변동이 발생해 치킨값을 올려야 할 경우 이래저래 정부와 소비자의 눈치를 봐야할 처지다.
이해당사자간 입장차가 크게 벌어진 것 외에도 이번 닭고기 가격공시제는 실효성 면에서 의문표가 달리는 게 사실이다.
우선 가격이 공시된 9개 계열화 업체의 이름과 업체별 가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문제다. 현재 닭고기 가격공시에 게시된 가격은 하림 등 국내 닭고기 생산량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9개 육계 계열화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농식품부는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자료를 공시하는 정도다. 더군다나 계열화업체들이 납품하는 대리점 20곳 이상, 매출 기준 50% 이상의 납품가만 공개되는 탓에 표본의 신뢰성에 여전히 의구심이 생긴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가격의 정확성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관련 닭고기 가격만 해도 도계된 육계가 프랜차이즈에 벌크 형태로 납품되는 가격인데, 여기에는 염지비·절단비·포장비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일련의 의문에 대해 "가격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제도의 효과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선뜻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서민의 대표음식인 치킨. 그리고 그 가격 논란은 알고보면 우리 생활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다. 일주일에 닭고기를 한번도 안먹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국민적 음식인 치킨이기에 가격 공시제의 정확성과 신뢰성, 그리고 실효성에 대해 정부가 좀더 '연구'를 했으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