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이 정식 퇴임을 약 8개월 앞두고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연준 위원 추가 임명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은행 규제 완화 등 주요 금융 정책을 추진하는데 탄력을 받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BC 등 외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피셔 부의장은 이날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오는 10월 13일께 사임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라면 피셔 부의장의 임기는 2018년 6월까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를 통해 "내년 2월 이후 옐런 의장의 재임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연준 고위급 지도부의 승계 문제와 관련, 연말 이후 기준금리 인상 등 연준 통화정책이 시장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피셔 부의장은 그동안 양적 완화 정책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연준은 빠르면 이달부터 현재 4조50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연준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방침을 공개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준은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최근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강도 개선, 글로벌 유동성 기준 폐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은행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피셔 부의장은 이 인터뷰에서 "이같은 시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면서 "위험하고 근시안적인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소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대형 은행들의 규제 부담을 줄이는 것은 정치적 이슈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피셔 부의장의 사임 의사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할 연준 위원은 4~5석으로 늘어났다. 은행 규제 완화 정책을 뒷받침할 인사를 임명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WSJ는 "지난달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검토했으나 최근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샬러츠빌 유혈사태 이후 마음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밖에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와 제롬 파월 연준 이사 등도 물망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옐런 의장을 재지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옐런 의장이 임기를 채운다고 해도 트럼프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통화정책과 관련, 정부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탓이다. 주요 의제가 나올 때마다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