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우칼럼] ​공영방송의 정상성 회복을 위한 제도개혁 방향

2017-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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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칼럼

                       [사진=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영방송의 정상성 회복을 위한 제도개혁 방향

최근 공영방송사 KBS와 MBC의 많은 언론인들이 파업을 시작하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방송은 헌법적으로 보장된 의사형성과정의 매개체인데, 일반적으로 소유와 운영재원의 형태에 따라 ‘국영방송’, ‘공영방송’, ‘민영 또는 상업방송’으로 구분된다. 그중 공영방송은 다매체·다채널 시대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증하는 매체 간의 경쟁으로부터 자유롭게 선정성과 상업성을 배제하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공론의 장’을 조성하는 기능을 한다.
공영방송은 공공의 소유로서 그 운영재원을 방송의 주인인 국민 각자가 공평하게 부담하는 국민의 방송이며, 방송문화의 발전을 통한 공공복지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공영방송은 원칙적으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공정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소외계층과 소수의 이익을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공영방송 본래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설립 목적을 견지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공영방송사의 이사 선임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현행 '방송법'에 의하면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의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되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11인으로 구성한다.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한다. MBC의 경우에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하여 각 정당에서 추천된 9명의 이사들이 사장을 선출하되, 형식적으로는 역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그동안 정부의 변경에 따라 KBS와 MBC의 사장들이 교체되어 온 것은 사실이며, 이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기능을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 독립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해외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사에서는 이사회와 사장의 정치적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을까?
영국에서는 실무전문가와 각 지역대표성을 고려하여 13인의 ‘BBC이사회(BBC board)'를 구성하고, 일본 NHK의 경우에도 총리가 이사진을 추천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형식으로 선임된다. 한편 독일의 제2공영방송(ZDF)은 아예 법률로 무려 70여명의 독립적이고 다원적인 직역의 대표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공영방송의 특성상 완전히 무정치 지향 또는 무균상태로 구성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고, 오히려 다양한 정치·사회집단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적정한 수준에서 드러내게 하고 이를 통하여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을 이루게 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나 여야의 몫 나누기는 되도록 배제하고 전문성위주로 선임한다는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만 이사들을 추천하다 보니 정당을 대신하여 이념적 대리전을 할 이사들이 추천되어 왔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다변화된 사회현상을 고려하여 정당에만 이사추천권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각 정당과 아울러 사회 전반적인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단체 등으로 이사추천권을 배분하고 이사의 수를 늘리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한편 공영방송사의 사장선임방식 역시 개선의 여지가 크다.
현재처럼 다수의 공영방송 이사들이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이들에 의해 사장이 임명되면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장되고 있는 ‘국민사장추천단’과 같이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이든, 여야 양측의 절대적인 찬성을 받은 때에만 임명될 수 있는 ‘절대다수대표제’이든 간에 일반 국민들로부터 적어도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만큼은 의심 받지 않을 수 있는 사장이 임명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나아가 공영방송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수준의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
공영방송이 ‘사회적 접착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기 위해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공영방송의 ‘존속과 발전’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민영방송이 활성화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공영방송이 민영방송과의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공영방송 내부의 혁신과 함께 수신료제도를 대폭 개선하여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뿐만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소외계층과 소수의 이익을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공영방송 KBS는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게, 자율적인 의사결정 하에’, ‘국민이 지불하는 시청료에 의해’, ‘민주적 의사형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적 영역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제도의 변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혁의 목적과 지향점, 그리고 미디어 분야의 미래상에 대한 철학의 정립과 면밀한 이론적 검토가 필요하다.
마라톤 선수는 42.195㎞의 코스를 주파할 때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처음부터 뛸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 시간 내에 완주가 가능하려면 미리 철저한 도상훈련과 사전 예행연습을 통해 완벽하게 코스를 숙지하고, 자신의 체력에 맞게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공영방송과 관련된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시정하는 일도 그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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