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 방안' 세미나에서 "금융사들은 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내에서 무조건적으로 여신을 제공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차주의 소득과 채무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고LTV 대출, 여러 건의 주택담보대출 등 고위험여신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들로 인한 가계부채 상승 억제를 위해 추가적인 대책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출할 때 대출을 받는 시점이 아니라 미래 특정기간 소득과 상환부담을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DTI 역시 2∼3년간의 평균소득과 연령대를 감안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연소득과 상환부담을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은 채무자의 부채 상환부담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젊은층은 대출에 더 유리해지고, 2년 후 소멸되는 전세자금 대출은 상환부담에서 제외된다.
단, 소득이 대출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대출접근성이 악화되는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은 "고DTI 주택담보대출은 무조건 금지가 아니라 일부 허용해 대출 접근성은 유지하고, 금융회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하는 DTI를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DTI가 본질적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규제이므로, 목적에 맞게 전국으로 확대해 주택담보대출 전 차주에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지역별로 규제 강도를 달리하면 부동산 규제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DSR 비율이 높은 차주가 대출을 신청하면 금융회사가 상환계획서를 요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차주는 실제 상환부담을 체감할 수 있는 반면, 금융회사는 더 깐깐하게 대출심사를 할 수 있다.
이어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지연배상금 산정체계 분석과 시사점' 발제자로 나서 연체이자 산정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약정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체이자로 인해 채무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며 "연체 차주의 채무 정상화와 재기가 어렵고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부도가 발생했을 때 초과수익에 대한 채권자의 유인이 있는지, 연체 채무자의 채무 정상화 유인을 제공하는지, 채권은행의 수익성·건전성에 대한 영향, 전략적 채무 불이행 여지를 함께 검토해 연체이자 산정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
금융위도 연체금리산정 방식이 각 업권마다 다르기 때문에 산정방법을 통일할 필요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또 연체기간이 짧다는 지적에 따라 기간의 적정성도 따져 볼 방침이다.
김 연구위원은 "연체이자율을 인하했을 때 채권은행이 수익은 일부 줄더라도 은행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특징과 연체 시 겪게 될 경제적 곤경은 전략적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신용시장에서 채권자 간 경쟁을 통해 연체이자가 결정될 수 있도록 유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현재 비용, 이자, 원금 순으로 변제가 이뤄지지만 원금을 우선 변제할 수 있다면 연체자의 채무 경감과 재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