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이르면 10월쯤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3개월간 서울 평균 주택가격(3.65%)을 웃도는 송파구(5.68%), 강동구(4.90%), 강남구(3.84%) 등 강남 3구 내 재건축 단지에서 상한제 시행 첫 케이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상한제 적용 시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 대비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측해 앞으로 '로또 청약' 논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5일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 개선안에는 앞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 중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8일부터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을 때 일부 지역의 고분양가 후폭풍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데는 영향을 주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처음 도입된 2005년 3.3㎡당 평균 분양가는 1400만원대였는데 2007년 1800만원, 2008년에는 2000만원을 상회하면서 분양가 안정화에 효과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대기 수요가 풍부한 강남권 재건축 일반분양에선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로또 청약'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 등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을 경우 주변 시세 대비 10~15% 정도 분양가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분양가 기준이 되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재개발·재건축 수주팀 관계자는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가 뚜렷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을 경우 가격결정 주요인인 택지비에 대한 감정평가가 보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건축 가산비율도 엄격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통상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 3.3㎡당 4000만원에 분양했다면 3400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시세차익을 기대한 청약자들의 수요쏠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달 7일 1순위 청약에 들어가는 서초구 센트럴자이는 상한제 적용은 받지 않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작년 말 수준인 3.3㎡당 4250만원으로 제한하면서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10% 정도 저렴해 시세차익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그동안 일반분양가를 높여 부담금을 낮추는 방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개발에 따른 기대 이익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강남 분양시장은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오히려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