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두고 TV토론에서 경쟁자인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당수보다 우위에 선 것으로 평가됐다. 독일 현지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4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독일 관영매체인 도이체벨레는 90여분 동안의 TV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메르켈이 제시한 독일의 향후 4년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독일 방송국 ARD의 설문에 따르면 55%가 메르켈이 더 잘했다고 답했고 슐츠가 잘했다고 답한 이들은 35%에 그쳤다. 특히 메르켈은 신뢰도, 사안에 대한 이해, 실현 가능성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중요한 논제는 이민이었다. 메르켈은 2015년 수십 만 명의 난민을 수용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면서 앞선 포용적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슐츠는 궁극적으로 메르켈에 동의한다면서도 당시 메르켈의 위기 대처나 유럽과의 공조는 실패였다고 받아쳤다.
향후 이민정책에 대해 두 경쟁자는 서로 다른 그림을 그렸다. 슐츠는 이민과 관련해 범유럽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고 메르켈은 독일이 요구하는 기술이나 자질을 갖춘 이민자를 우대하는 ‘기술 기반의 이민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과 관련해서는 최근 독일과 터키의 갈등 관계를 반영하듯 메르켈은 "터키의 EU 가입은 있을 수 없다"면서 반대 기조를 분명히 했다. 에르도안 터키 정부가 독일 언론인을 비롯해 12명을 체포해 구금한 상황을 두고 메르켈은 “인내심이 바닥났다”면서 터키에 강공책을 약속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슐츠가 터키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메르켈 총리를 압박해 터키의 EU 가입 불가라는 확답을 얻어내는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슐츠는 예측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메르켈은 트럼프와 많은 문제에서 의견이 다르지만 북한 문제는 미국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평화로운 외교적 해법“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메르켈의 기독민주당 연합은 사민당을 약 15%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NYT)는 1일 메르켈 총리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면서 "많은 관측통들의 관심은 이번 총선에서 누가 승리할지가 아니라 다음에 누가 메르켈의 뒤를 이을지 여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