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연습도 없이 ‘특급 신인’ 클래스 입증…이젠 에비앙이 부른다

2017-09-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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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른 최혜진. 사진=KLPGA 제공]


올해 아마추어 신분의 최혜진(18)은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이다 준우승을 거두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시즌 2승을 달성했다. 박세리(40)와 박인비(29)를 이을 대형 신인이 나타났다고 떠들썩했다.

최혜진은 만 18세 생일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프로 잡는 아마추어였던 ‘특급 신인’의 프로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젯거리였다. 최혜진은 일주일 뒤인 지난달 31일 개막한 한화 클래식을 프로 데뷔전으로 잡았다. 역대 최대 상금 규모의 메이저 대회.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아마추어 신분과 프로의 심리적 차이는 크다. 수많은 기대주들이 프로 전향 후 실패한 요인 중 첫 번째다. 또 프로 무대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치열한 경쟁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대회 상금을 받을 수 없는 아마추어 신분일 때와는 사뭇 다른 ‘프로 언니들’과의 승부가 펼쳐진다. 예전과는 다른 긴장감과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는 곳이 바로 프로다.

최혜진은 이날 대회 1라운드에서 1언더파 30위로 출발했다. 이후 2라운드 38위, 3라운드 43위까지 13계단이나 더 내려갔다. 혹독한 프로 신고식으로 끝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혜진은 최종 4라운드에서 자신이 왜 ‘특급 신인’으로 불리는지 입증시켰다.

최혜진은 첫 홀인 10번홀(파4) 칩샷으로 이글을 잡기 시작해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7언더파 코스레코드를 기록했다. 순위도 38계단이나 껑충 뛰어올라 김인경(29)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5위(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생애 첫 프로 대회 상금인 4095만원도 당당히 챙겼다. 우승은 못했지만, 마지막 날 클러치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확실한 스타성까지 입증했다.

사실 프로 전향 후 최혜진은 대회 직전까지 스폰서 계약과 미디어 인터뷰 등 바쁜 스케줄을 보냈다. 골프채를 제대로 잡기도 힘든 빡빡한 일정 탓에 연습은 뒷전이었다. 큰 대회를 앞두고 처음 겪는 일이었다. 막상 대회에 출전해서는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또한 부담이었다.

그런데도, 최혜진은 대회 첫날 “평소와 똑같이 8~9시간을 잤어요. 너무 푹 자서 오히려 걱정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타고난 성격은 조급증을 없앴다. 3라운드까지 치르면서 무너진 리듬을 4라운드 아침 스스로 찾았다. 또 다른 선수들이 위기 상황을 넘기는 모습을 몸으로 경험했다. 이 대회 우승자 오지현(21)이 1~2라운드 같은 조였던 것도 행운이었다. 경기 내내 공격적으로 덤비는 최혜진이 위기를 넘기는 지혜를 배운 것은 값진 소득이다.

최혜진의 다음 무대도 메이저 대회다. 이번엔 프랑스로 건너가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8일 출국해 현지에서 컨디션을 조율한 뒤 14일부터 나흘간 대회를 치른다. US여자오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프로 데뷔전에 이어 미국 무대 프로 데뷔전인 셈이다. 더 큰 압박감과 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프로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최혜진의 눈높이는 톱10 진입이다. 최혜진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잘된다면 톱10 안에 들고 싶다. 하반기 출전하는 대회에서는 꼭 우승이라는 목표보다 꾸준히 스코어를 유지하면서 내 플레이를 가다듬고 싶다”고 욕심을 슬쩍 감췄다. 하지만 더 큰 사고도 칠 수 있는 떡잎은 이미 될성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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