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회간접자본(SOC)의 감소가 눈에 띈다. 매년 조금씩 줄기는 했지만, 내년에는 20%가 삭감된다. 문 정부에서는 매년 두 자릿수 규모의 SOC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예산안이 전체적인 방향은 잘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예산을 집행하는 주체들의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文 정부, 지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복지 보폭 넓어졌다
보건‧고용‧복지 분야에만 146조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는 덩치가 커져버린 세 분야의 국정과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 높은 양적 지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9조원을 마련하겠다는 당초 계획보다 2조5000억원을 더 늘려 11조5000억원이 국정과제 재원으로 충당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늘어난 분야는 더 얹어준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치열하게 구조조정을 했다”며 “보건‧복지‧노동은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 위주로, 국방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업 위주로 지출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당장 SOC 예산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부분만 보더라도 정부의 양적 지출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강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내년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이다. 이는 20%가 삭감된 금액이다. 4조4000억원 가량이 올해보다 줄어든 셈이다.
김 부총리는 “올해 SOC 예산 이월액이 2조원 초‧중반대라 감액에 대한 우려는 없다”며 “SOC는 지역 일자리와 상관관계가 있어 필요하다면 예산편성 뒤에도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적 구조조정 이외에 질적 성장도 도모했다. 내년부터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참여예산을 시범 도입해 6개 사업에 422억원을 지원한다.
또 정부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단계적 재정혁신을 추진한다. 올해는 지출 구조조정 및 세제 개편에 중점을 뒀다. 내년에는 재정사업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2단계가 추진된다. 2019년에는 재정민주화와 재정분권 정착,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9일 내년 예산안과 더불어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도 내놨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예산을 어떤 곳에 쓸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다. 2021년까지 중장기 예산은 ‘지속‧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중장기 예산에서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연평균 9.8%씩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21년에 관련 분야 예산은 188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단일 분야로 눈을 돌리면 교육 분야가 가장 많은 예산 증가폭을 보인다. 5년간 75조3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SOC 분야는 연평균 7.5% 감소율이 예상되는데, 2021년이면 16조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신규사업을 최소화하고 신설·확장보다는 기존 시설 활용도와 연계성을 높여 정부의 재원마련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 “정부 허리띠 졸라맸지만…모호한 성장주체 아쉬워”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예산안의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민생 지원이나 지출 구조조정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일자리와 복지 예산이 확대된 대목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큰 폭으로 줄어든 SOC 분야나 경제성장에 필요한 확실한 주체가 없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출 구조조정 외에 다른 재원조달 방안이 이번 예산안에 담기지 않은 점으로 인해 향후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예산안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으로 짜여 있다”며 “현재 나와 있는 것으로는 아직 명확하게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불명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총지출 증가율 7%대 목표는 다소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경상 GDP 성장률이 5%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출을 7% 늘리면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정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지출하면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전문가 사이에선 4조원에 달하는 SOC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다. 이제 상승무드를 탄 내수시장에 악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SOC는 고용 효과 등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히 큰데, 4조원 이상 줄여버리면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최근 주택 경기가 안 좋아져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줄어드는 상황에서 SOC까지 줄이면 여러 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이어 “일자리의 경우 공공 일자리를 늘리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 생산비 부담으로 전가돼 오히려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며 “공공 일자리 늘리기로 전체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