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심의 미덕' 아인 랜드 지음 |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펴냄
이기심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며 남의 이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마음을 일컫는다. 이 '객관적'인 풀이로는 이기심을 나무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뭇사람들은 이를 죄악시하고 금기시한다. 인류 역사 내내 이타주의 윤리가 이기심의 일상적 의미까지 바꿔놓았고, 이는 곧 '이기심은 악(惡)'이라는 명제를 굳건히 세웠기 때문이다. 이기심은 정말 도덕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인가?
'객관주의'라 불리는 그의 철학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도덕적 목표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서도 안 되고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랜드의 철학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오랫동안 회자돼 왔으며, 특히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에겐 그가 우상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스냅챗의 공동 창업자 에반 스피겔,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스퀘어 창립자 잭 도시,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등에 큰 영향을 끼친 랜드는 2016년 미국 연예정보 패션 잡지 '배너티 페어' 에 의해 미국 기술 산업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이기심이라는 개념의 원래 의미를 되찾자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도덕적 존재가 될 인간의 권리를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 도덕적 '불가지론'(不可知論)을 경계하라는 주문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본적 원칙, 근본적 문제 등을 타협하며 도덕적 판단을 회피하는 현대인의 안이함을 따끔하게 꼬집는 책이다.
314쪽 |1만5000원
◆ '빵을 끊어라' 포브스 야요이 지음 | 노경아 옮김 | 매경출판 펴냄
'밀가루 포비아(공포증)'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다이어트·건강을 신경쓰는 이들에게 밀가루는 난적(難敵)이다. 특히 빵은 밀가루 음식의 대명사로 '뜨거운 감자'가 된 지 오래다.
더욱이 밀에 포함된 글루텐이 뇌에 염증을 일으키고 장에 구멍을 낸다는 연구 결과는 '밀가루 없는 식생활, 빵 없는 식단'을 실천하려는 이들을 북돋웠다. 그러나 빵, 케이크, 라면, 파스타, 우동, 쿠키 등의 음식들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으며, 부지불식간에 글루텐을 '폭풍흡입'할 수 있는 환경은 폭넓게 형성돼 있다. 밀가루를 완전히 배제한 외식이나 식사가 가능하긴 한 걸까?
글루텐 불내증이 있는 남편을 만나면서 글루텐의 특성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해, 현재는 일본과 해외에서 글루텐프리 식이요법을 전파하고 있는 포브스 야요이는 "글루텐을 끊기만 해도 심신이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돈을 더 들이거나 배고픔을 참을 필요 없이 생각보다 간단하게, 상상하지 못했던 건강과 젊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남편과 더불어 9년간 밀가루 음식을 끊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변화한 과정을 보여준다. 또 글루텐프리 라이프 협회를 설립해 글루텐프리 식습관을 전파하고 이를 실천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의 경험이 그저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제시한 사례가 매우 구체적이며 충분히 실천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도 빵을 먹을 때는 무심코 과식을 할 때가 많았고 수시로 빵과 쿠키를 집어먹어 체중이 순식간에 불어나기가 쉬웠다. 그러나 지금은 체중에 신경을 쓰지도, 살을 빼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빵을 비롯한 밀가루 음식의 의존증에서 벗어나자 식욕 제어가 수월해졌기 때문이다."(본문 92쪽)
저자는 우리가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식사를 하지만 오히려 음식이 질병을 초래하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들, 특히 빵을 포함한 밀가루 음식들이 우리 몸을 매일 괴롭히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밀가루 중독 등 잘못된 식습관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던지는 경고가 자못 날카롭다.
240쪽 | 1만4000원
◆ '이렇게 멋진 날' 리처드 잭슨 지음 | 이수지 그림·옮김 | 비룡소 펴냄
비 오는 날 아이들은 무얼 하고 놀까?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남매는 집안에서 이것저것 놀이를 했지만 곧 지루한 듯 창밖으로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본다.
누군가 켠 라디오에서 솔솔 음표가 피어오르자 시무룩하던 아이들과 강아지, 방안 인형의 표정엔 생기가 돌고 "이렇게 멋진 날이면…"하고 말하며 아이들은 기지개를 켠다. 그리곤 곧 음악에 맞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몸짓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뱅글뱅글 돌았다가 넓게 한 바퀴 더 빙그르르. 다 함께 신나게 콩콩 쿵쿵 두 발을 구르는… 이렇게 멋진 날"이라고 노래하던 아이들은 우산과 장화를 챙겨 쏟아지는 빗속으로 뛰쳐나간다. 아이들은 마치 비를 기다렸던 목마른 새싹처럼 비를 흠뻑 맞으며 춤을 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그림을 그리고 뉴욕의 유명 어린이 책 작가 리처드 잭슨이 쓴 이 책은 그 어떤 장난감도 필요 없이 자연과 오감을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을 펼쳐보인다.
비가 만든 웅덩이 속에서 아이들은 첨벙첨벙 시원한 물놀이를 하고, 비가 그친 뒤 다가온 맑은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벗삼아 언덕에서 미끄러지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늘 새로움을 찾고 세계를 넓히고, 더욱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연스러운 아이들 본연의 모습이다.
지금껏 20권이 넘는 그림책을 내놓은 이수지는 신작 대부분이 세계에서 동시 출간될 만큼 세련된 색감과 독특한 구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비 오는 날 모노톤으로 그려진 집안부터 파란색 물결이 터지는 라디오 음악, 초록빛 숲, 색색의 우산, 빛나는 금색의 언덕까지 그의 손길은 아이들의 감정을 오롯이 표현해 냈다.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 선정,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 수상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행복은 늘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그림책이다.
40쪽 |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