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국유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의 혼합소유제 개혁안이 베일을 벗었다. 중국 IT공룡 3인방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14개 기업이 13조원을 투자하는 이번 개혁안이 중국 국유기업의 회생모델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왕샤오추(王曉初) 차이나유니콤 회장은 16일 상반기 실적보고서 자리에서 텐센트·바이두·징둥·알리바바 등을 비롯해 14곳의 민간·국유기업으로 구성된 신규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의 혼합소유제 개혁안을 발표했다고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이들 신규 전략적 투자자의 총 투자액은 780억 위안(약 13조2000억원)으로, 보유 지분율은 35.2%에 달할 전망이다. 이로써 차이나유니콤이 보유한 지분율은 36.67%로 낮아진다.
구체적으로 텐센트가 110억 위안을 투자해 5.21%의 지분을 보유하며, 바이두 70억 위안(3.31%), 알리바바 43억2500만 위안(2.04%), 징둥상청 50억 위안(2.36%), 쑤닝윈상 40억 위안(1.88%) 등을 투자해 전체 민간기업 투자자 지분율이 18.7%에 달할 전망이다.
또 차이나라이프가 217억 위안을 투자해 10.22% 지분을 보유하는 등 국유기업 투자자 지분도 16.5%에 달한다.
전략적 투자자들은 지분 참여에 따라 이사회에도 참여해 발언권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곧 텐센트 같은 인터넷기업들도 차이나유니콤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음을 뜻한다.
조달한 자금은 4세대(4G) 기술 서비스 강화, 5세대(5G) 네트워크 기술 검증 및 관련 서비스 네트워크 상용화, 혁신 서비스 강화에 투입될 전망이다.
중국 통신업계 전문가 천즈강(陳志剛)은 "인터넷기업의 참여는 다방면에서 차이나유니콤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진정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차이나유니콤의 기업문화,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차이나유니콤이 단순한 전통 통신업 업무에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정부의 입김에 떠밀려 민간기업들이 어쩔수없이 차이나유니콤의 개혁에 참여했다고 보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사설을 통해 민간기업들의 차이나유니콤 투자는 일종의 '사업료'라며, 정부가 텐센트 등 거대 IT기업에 투자금을 요구한 것에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혼합소유제 개혁 이후에도 차이나유니콤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여전히 중국 정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개혁은 지난해부터 줄곧 거론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해 혼합소유제 개혁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국유기업 명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차이나유니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혼합소유제는 국가자본이 운영하는 국유기업에 민간자본의 진입을 허용해 경영효율을 높이는 일종의 민영화 과정으로, 중국이 추진하는 국유기업 개혁의 핵심이다.
차이나유니콤이 통신업종에서 '개혁 1순위'가 된 것은 중국 3대 국유 이통사 중 실적이 가장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차이나유니콤 순익은 6억44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96% 하락하며 15년 이래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차이나모바일 순익은 0.2% 늘어난 1087억 위안, 차이나텔레콤 순익은 전년 대비 10.2% 하락한 180억 위안에 달했다.
이용자 수 방면에서도 한참 뒤져있다. 올 상반기 기준 차이나유니콤 4G 이용자 수는 1억3800만명으로, 차이나모바일의 23%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