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말폭탄' 속 수개월째 뉴욕 비밀접촉

2017-08-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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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윤·박성일 '채널' 활약 주목

웜비어 석방·최선희 방미 등 추진

대화 통한 평화적 해결방안 모색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서로에 대한 '말폭탄'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는 가운데도 미국과 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수개월간 비밀 접촉을 해오고 있다는 해외발 보도가 나오면서 북·미 외교채널의 핵심 당사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양국 간 대화 통로는 미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라고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북·미 양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대화 채널을 놓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북·미 외교 채널의 미국 측 당사자인 조셉 윤 대표의 활약상을 들여다보자.

윤 대표는 지난해 10월 한국계인 성 김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후임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성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한국계다.

윤 대표는 특히 지난 6월 북한에 구금됐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했지만 엿새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를 사망 직전 북한에서 빼내온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상 북한과 최전선에서 교섭하고 있는 미국 측 대표다.

이달에도 북미 접촉에서 그의 활약은 있었다. 북한의 대미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이 지난달 말 양국 간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 방문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와 대화하는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오른쪽). [연합뉴스]


비록 최 국장의 미국 행은 불발됐지만, 최 국장이 대화 통로로 이용한 것도 뉴욕채널로 윤 대표와 접촉했다.

1985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으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부차관보와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역임한 윤 대표는 한국과 태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홍콩 등에서 근무한 '아시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관할하는 대북정책특별대표직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한인 최초로 주한미국대사가 된 성 김 대사에 비해 인지도는 낮았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간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현 상황에서 미국 동북아 외교의 실무를 총괄하는 윤 대표에 대한 관심은 급증하고 있다.

윤 대표는 초등학생 때인 1963년 세계보건기구(WHO)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다.

그는 영국 웨일스대와 런던정경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경제연구소인 '데이터 리소스'에서 경제학자로 활동하다 1985년 국무부에 들어가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28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인 그는 주한 미 대사관에서 두 차례 근무하며 정무참사관과 공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표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에는 한반도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 미 대사도,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아직까지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한반도 문제에 관해 얘기를 할 수 있는 미국 외교관은 조셉 윤 대표밖에 없다.

그렇다면 조셉 윤 대표와 건너편 테이블에서 북한의 입을 대신하고 있는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누군가.

북·미 간 벼랑끝 대치가 극에 달하는 현 시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의 미국 방문을  추진한 주인공이다. 북·미 간 긴장 해소를 위한 직접 협상 가능성을 이끌어낸 사람이 바로 박 차석대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빗대 '북한의 강경화'라고 불리는 최 국장은 2011년 6자회담 차석대표로 대외협상 전면에 나선 데 이어 2016년 9월에는 외무성 부상과 북미국장을 맡아 김정은 체제 외교라인의 신 실세로 부상한 인물이다.

박 차석대사가 이런 북한 외교라인의 실세를 직접 대화의 창구로 끌어내는 데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북·미 간 연락창구인 ‘뉴욕채널’의 북한 쪽을 담당하고 있는 박 차석대사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1년 6월까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박길연 대사와 신선호 대사 아래 참사로 장기간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박 차석대사는 북·미 간 문화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뉴욕에 주재할 당시 북·미 간 스포츠 교류의 북한 측 실무자로서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미국 공연이 두 차례 성사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2008년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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