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00일] 거침없는 적폐청산…여야 狹治 개혁법안 국회 통과 험로 예고

2017-08-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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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제 선점·이슈파이팅…지지율 앞세운 ‘정면돌파’ 독 될 수도

계속된 ‘인사 참사’ 국정 발목…91개 과제 위해 647건 제개정 필요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의제 띄우기 넘어 이젠 디테일로 승부 걸어야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지난 5월10일 새벽 당선 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취임과 동시에 소통과 파격을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다. 오는 17일 정부 출범 100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 출범 100일간 지속한 고고행진 지지율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 △문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 △야권 대안세력 부재 등이 맞물린 결과에 불과하다. 국민과의 허니문 기간을 끝낸 시점부터 대통령은 진짜 실력을 검증받는다.

적폐 청산을 앞세운 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상당수는 입법사항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협치’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지난달 22일 국회 제출 45일 만에 통과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대표적 사례다. 11조3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은 2008년 이후 최장 기간 표류했다.
그런데도 여·야·정 협의체 구성은 간데없이 여론전만 나부낀다. 높은 지지율만 앞세워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정면 돌파하는 식이다. 특정 계층의 희생만 요구할 뿐 전 계층에 대한 고통분담 요구는 없다. 단적인 사례로 일자리 창출 방안인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정 합의 없이 불가능하다. ‘한국판 하르츠’ 개혁 없이 지지율에 도취돼 과속 페달을 밟는다면, 당장 9월 정기국회를 시작으로 내년 6·13 지방선거까지 ‘제왕적 지지율’의 역설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 대표들은 “100일 되면 할 말은 할 것”이라며 이미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다.

◆文대통령의 여론전 승부수··· 잘못하면 ‘독’

13일 정치권과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취임 후 100일은 ‘정권 5년의 성패’를 좌우한다. 비행기는 뜨는 시간이 가장 고비다. 대통령 힘의 집중도가 최고조일 때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식 행정명령’인 업무지시를 통해 대통령직속의 일자리위원회 구성(1호)에 나섰다.

역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정치 9단’인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정권 초반 하나회 숙청과 금융실명제 등으로 혁명보다 어렵다던 개혁을 밀어붙였다.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꾀한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외환위기 극복에 사활을 걸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초 파격 행보를 보였지만, 측근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졌다. 노 전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이기명 전 후원회장의 용인땅 개발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100일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 촛불집회로 국정 동력을 상실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윤창중 스캔들’ 등 인사 참사로 휘청거렸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간 지지율 조사 결과(취임 1년차 2분기 기준)를 보면, YS 83% > DJ 62% > 박 전 대통령 52% > 노 전 대통령 40% > MB 21% 순이었다. ‘한국갤럽’의 가장 최근 조사인 8월 둘째 주(8∼10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8%였다.
 

취임과 동시에 소통과 파격을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다. 오는 17일 정부 출범 100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 출범 100일간 지속한 고고행진 지지율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 △문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 △야권 대안세력 부재 등이 맞물린 결과에 불과하다. 국민과의 허니문 기간을 끝낸 시점부터 대통령은 진짜 실력을 검증받는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647건의 법령 제·개정 어쩌나··· 집행력이 승부처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인수위 없이 출발한 ‘신구 정권과의 어색한 동거’를 연착륙하는 데 한몫했다. ‘개혁’과 ‘통합’을 손에 쥔 문 대통령의 국민과 눈높이를 낮추며 ‘변화 메시지’ 확산에 주력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100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국정 정상화와 본인의 정책 방향을 조기에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암초는 많았다. 인사 참사는 국정 발목을 잡았다. 현 정부 들어 차관급 이상 인사가 낙마한 것은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4명이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는 ‘완장 찬 점령군’ 논란에 휘말렸다. 다당제 하에서 협치는 고차방정식으로 격상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도움 없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핵심인 적폐 청산(1호)과 반부패 청산(2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은 DJ·노무현 정부의 적폐 조사로 맞불작전을 펴면서 ‘강(强)대강(强)’ 충돌을 예고했다.

100대 국정과제 중 91개 과제의 이행을 위해선 총 647건의 법령 제·개정이 필요하다. 법률 465건을 비롯해 대통령령 111건, 총리령·부령 32건, 행정규칙 39건 등이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117건, 내년 말까지 187건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이 중 시행령 등 하위법령은 정부가 추진할 수 있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 등 휘발유성 의제는 정권 내내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달성 가계부(178조원)는 전임 정부(135조원)보다 43조원 많다. 하지만 이 중 60조원은 자연 세수 증가분이다. 지난 정부의 간접 증세에 따른 세수로 재원 마련 대책을 세운 셈이다. 정부가 5년간 5조원 세수 확보 계획을 세운 과징금 상한액 상향을 골자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증세 등 경제이슈도 첩첩산중이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검찰과 국정원 개혁은 물론 탈원전, 북한발 위기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들이 즐비하다”며 “내년 지방선거인 상황에서 야당은 선명성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도 그간 의제 띄우기에 급급한 것에서 벗어나 ‘집행력’을 높일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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