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언급하며 사내 다양성 확보 노력에 불만을 표한 메모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구글 여성 직원들은 좌절감과 분노를 드러냈고 회사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의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작성한 10쪽짜리 메모에는 기술 및 리더십 부문에서 여성이 부족한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작성자는 구글이 "좌편향되었다"면서 보수주의자들을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구글의 많은 동료들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고 싶었지만 해고될까봐 두려워 말을 삼가고 있었는데 내가 대신 말해준 것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만 돌던 이 메모는 미국 온라인 매체인 머더보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성차별적 시선을 고스란히 담은 메모 내용을 접한 뒤 구글의 여직원들은 깊은 좌절감을 나타냈다. 회사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글의 한 엔지니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인사팀이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입사 5년 만에 진지하게 퇴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적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남녀차별 문제는 뜨거운 화두다. 많은 기업들은 실제로 기술 및 리더십 부문에서 백인 혹은 아시아계 남성이 장악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우버와 같은 일부 기업들에서는 사내 성희롱 문제까지 잇따라 불거졌다.
구글은 남녀차별 해소와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여성 엔지니어 비율을 높이고 있다. 구글의 여성 엔지니어는 지난 3년 동안 17%에서 20%로 소폭 늘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 노동부는 구글이 남녀임금 문제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남녀 임금차별이 극단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구글 측은 메모의 내용이 사측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지난 6월 다양성관리책임자로 구글에 합류한 대니얼 브라운은 "이 메모는 구글이 부흥하고 장려하려는 것과 다르다"고 못 박으면서 메모 내용을 비판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5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메모는 성(性)에 관한 그릇된 추측을 개진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양성과 통합은 구글의 가치와 문화를 떠받치는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경영진인 아리 바로 역시 “이 메모는 대부분의 남성과 여성이 정해진 방식으로 느끼고 행동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이 같은 시각은 고정관념이며 해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