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2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대기업에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3%포인트 높아지는 등 이른바 ‘부자증세’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단순한 이윤추구를 넘어서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와 공생, 재정 기여 등 범사회적 책임까지 담당해야하는 소임이 막중해 졌다.
기업들은 증세는 불가피하지만, 속도를 조절해줄 것과 제대로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했다. 과거 정부의 ‘경제민주화’처럼 집권 초기에만 요란 법석해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보다 현실적 문제를 놓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 경제단체 “재원 확충 공감”...공론화 要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국가의 개혁과제들을 뒷받침하기위해 증세를 통한 재원 확충에는 동의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회 등에서 추가적인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향후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방안들에 결론을 도출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필요재원, 세입부족 등 현실적 문제를 앞에 놓고 예산 절감, 다른 세목, 다른 재원 확충 수단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비교분석 하는 등 깊이 있는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경연 전무는 “국내 일부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향후 국내투자와 일자리 창출, 글로벌 조세경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근배 무협 무역정책지원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실질 고용부담 증가 등 기업 현장의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인상 추가부담에 대한 세액공제,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투입하는 해외마케팅 비용 등에 대한 세액공제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협력사 상생방안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새정부를 비롯해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에 요구하는 바가 더 커진 것 같다”며 “법인세 인상 등이 기업의 투자나 고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부나 사회적 요구에 공감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재계는 ‘아랫목의 온기가 윗목까지 이어지게 하자’는 목적에 따라 협력사 상생·지원 정책을 꾸준히 늘려왔다. 최근 동반성장 지원 대상을 2·3차 협력사로 확장하며 문재인 정부의 ‘더불어 잘사는 경제’ 실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증세=비용 증가, 투자 및 고용창출 동력 상실 우려
한편, 재계는 일자리 창출 등 세원 마련으로써의 증세는 불가피하지만,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투자와 고용창출 등 동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는 글로벌 트렌드인데 증세는 당연히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기업들이 세금을 많이 내면 투자 여력 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재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협력사 지원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최근 기업에 비용이 늘어나는 정책이 봇물처럼 쏟지는 데 부담을 느껴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다보니 따라가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한 템포 정도 늦춰 기업들이 지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도록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증세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속도 경쟁식으로 진행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지출 구조를 재편하는 등 결국 투자나 고용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거 경제민주화처럼 초기에 요란하고 결과물이 없었던 정책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제대로 된 준비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며 적극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증세로 대기업의 부담이 중소기업으로 전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대기업 2차 협력사 관계자는 “대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중소기업까지 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혹시나 세금으로 지출이 늘어나면 하청업체에게 단가인하를 요구해 비용을 메꾸게 되는 상황이 올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