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국에 체류하는 미국 외교 관계자 755명의 추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가 즉시 유감을 표명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냉전 이후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현지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양국 관계에 변화가 있기를 기다려왔지만 단시간에 이뤄질 사안은 아닐 것 같다"며 "현재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 외교관과 기술직 요원 등 755명을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가 미국 외교관의 무더기 추방 등 과감한 조치를 예고한 데 대해 최근 미 의회가 북한·이란·러시아에 대한 제재 법안을 일괄 처리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예정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감안해 강력한 대미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려는 복안으로도 풀이된다. 뉴요커 등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 대선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현지 정계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와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미국 외교관 대규모 방출 예고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위크,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긍정적으로 관측되던 미러 관계가 불투명해졌다"며 "냉전 이후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보도를 통해 "보복 대응을 자제해왔던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추가 조치에 대한 말을 아꼈다"면서 "추가 제재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해치는 것은 물론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런 상황이 닥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