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주요 기업 대표들과 '칵테일 미팅'으로 이틀째 간담회에 앞서 환담을 나눴다.
전날 첫 번째 기업인 간담회를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호프 타임'으로 시작했지만, 이날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실내인 청와대 본관 로비로 장소를 옮겼다.
이날도 소상공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가 맥주를 제공했다. 주종은 실내 분위기에 맞게 맥주를 바탕으로 한 칵테일로 바뀌었다. 맥주에 토마토주스를 섞은 '레디아이'와 샹그리아 시럽과 오렌지, 청포도 등 주스를 섞은 '맥주 샹그리아' 두 종류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일일 바텐더로 나서 칵테일 종류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자연주의 셰프로 알려진 임지호 씨가 참석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메뉴의 의미를 직접 설명했다. 임 셰프는 황태절임, 호두 아몬드 땅콩을 부숴 동그랗게 만든 안주, 수박을 파내 수분을 제거하고 치즈와 함께 낸 안주 등을 선보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날 참석한 7명의 대기업 대표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맞춤형 주제로 가벼운 대화를 시작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200일이 채 남지 않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문 대통령은 역시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대화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경남고 4년 선배인 허창수 GS 회장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어디를 주로 걷느냐"고 관심을 표명했고, 허 회장은 "한 두 정거장 정도면 지하철로 걸어서 가곤 하는데 운동도 되고 괜찮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걷기가 회장님의 건강 비결이냐"고 묻자 허 회장은 "그렇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회장님은 스키협회 회장도 맡고 계시죠"라고 운을 떼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대표단 전망이 괜찮으냐"고 물었다,
이에 신 회장은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2개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신 회장은 "노르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우리한테 까마득한 종목 같았던 크로스컨트리도 이제는 아시아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하고 상당히 강자가 됐다. 기대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황창규 KT 회장과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은 "KT가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주관사인데, 이번에 세계 최초로 올림픽 기간에 '오지'(5G) 통신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준비가 잘 되느냐"고 물었다.
황 회장은 "이번 올림픽은 '파이브지'를 상용화하는 IT 올림픽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 70억명이 보는 올림픽이라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파이브지'가 전 세계 표준을 주도하는데 이것이 4차산업의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5G 상용화 시점을 묻자 황 회장은 "2019년"이라면서 "삼성전자가 평창올림픽용으로 단말기를 만들고 있는데 2019년에도 단말기를 만들어 우리나라 IT가 '퀀텀 점프'하는데 결정적인 이벤트로 성공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최태원 SK 회장의 저서를 언급하며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최 회장님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도 직접 쓰시고 투자도 많이 하셨는데 성과가 어떠냐"고 묻자 최 회장은 "10년 가까이 투자해 나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최 회장이 "저희가 최소한 연 500억원 이상씩은 사회적 기업에 투자를 계속 해왔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오"라며 감탄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 회장은 어르신들이 '전주비빔빵'을 만들어 파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 월 매출 2천만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비공개 만찬 대화에서도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적극적으로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회장은 고용유발계수까지 이야기하면서 10억원 투자 시 다른 분야가 얼마면 사회적 기업은 21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는 통계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제가 의원 시절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담은 사회적 가치 기본법을 발의했다”며 “하지만 법안심사도 받아보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대화에서는 지난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한 실적이 화제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고, 반도체 라인이나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도 하고 있다"며 "삼성이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어주셔서 아주 감사하다. 기쁘시겠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권 부회장은 "기쁨이라기보다 더 잘돼야 하니까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삼성은 워낙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잘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에게는 위로의 말부터 건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조선 경기가 워낙 오랫동안 안 좋아서 고생 많이 하셨을 것"이라며 최 회장을 위로했다.
그러자 최 회장은 "한때 경기가 좋을 때는 저희가 고용을 굉장히 많이 했다. 어찌 보면 조선소 근처에 있는 사람은 모두 조선소에서 일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일자리를 잃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이 "요즘 경기가 살아나서 수주가 늘었다고 하더라"고 말하자, 최 회장은 "작년의 얼마 안 되던 것과 비교해서 몇%가 늘었다는데 통계의 착시현상이 있다. 내년까지는 어려운 사정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조선산업 힘내라고 박수 한 번 칠까요"라고 제안하자, 참석자들이 미소와 함께 최 회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근 한국배구연맹 총재에 취임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는 '배구'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조 사장님은 배구연맹 총재로 취임했는데 대한항공이 프로배구 강자 아닌가"라고 묻자 조 사장은 "한 번도 우승을 못 해봤다"며 "올해 투자를 많이 해서 선수 사기가 많이 올라가 있어 한 번 해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 누군가가 "조 사장이 워낙 키가 크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조 사장에게 "배구를 직접 하셨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 사장은 "키 크다고 운동 다 잘합니까"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이날 건배사는 전날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맡았다. 박 회장은 "건배사는 3통을 위하여로 하겠다. 첫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하여, 두번째는 화합과 소통을 위하여, 세번째는 새 정부와 대한민국 경제의 만사형통을 위하여"라며 분위기를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