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버디쇼’ 김인경, 악몽 끝 ‘부활 날갯짓’…데뷔 첫 ‘다승’

2017-07-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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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든 채 웃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2012년 그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김인경(29)에게는 악몽 같은 기억이다. 30cm 퍼트를 놓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준우승에 그친 뒤 오랜 슬럼프에 빠졌다. 기대주였던 김인경은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이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1승씩 거둔 뒤 ‘30cm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방황하던 김인경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다시 불운에 시달려야 했다. 불의의 사고로 꼬리뼈를 다쳐 반년을 꼬박 강제 휴식에 들어갔다. 프로 생활 최대 위기였다.

포기는 없었다. 김인경이 올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골프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평소 취미인 기타, 피아노 등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올해 6월 숍라이트 클래식 우승은 부활의 시작이었다. 김인경은 “이제 골프에 집중하고 싶다”며 잃었던 의지를 불태웠다.

김인경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647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6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치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8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적어낸 김인경은 2위 렉시 톰슨(미국)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6월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김인경은 약 한 달 만에 시즌 2승을 수확하며 LPGA 투어 6승째를 기록했다. 투어 데뷔 후 시즌 다승은 처음이다. 김인경은 유소연(27)에 이어 시즌 두 번째 다승자 대열에 올랐고,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4만 달러(약 2억6800만원)도 챙겼다.

김인경은 3라운드까지 단독 1위였던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2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역전 우승을 노렸던 김인경은 이미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몰아치며 선두로 올라섰다. 1~4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잡아 단독 선두로 나선 뒤 7~9번 홀에서도 3연속 버디를 낚아 우승을 사실상 확정했다. 특히 8번홀(파3) 약 8m 장거리 버디 버트가 김인경이 뽑은 결정적 우승 퍼트였다. 후반에도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수차례 버디 기회를 만든 김인경은 2타를 더 줄여 압도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대회는 전통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우승 텃밭이었다.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총 11번이나 우승을 이뤄냈다. 또 이날 기록한 김인경의 21언더파는 이 대회 사상 두 번째 최소타 우승 기록. 역대 대회 최소타 우승 기록은 1998년 박세리의 23언더파다.

김인경의 우승으로 올해 LPGA 투어 한국 선수들의 우승은 10회로 늘었다. 20개 대회가 열린 가운데 딱 절반에 해당한다. 여기에 한국계인 노무라 하루(일본)와 대니얼 강(미국)의 우승까지 더하면 12회로 늘어난다.
 

우승을 예감한 밝은 표정의 김인경. [사진=AP 연합뉴스]

김인경은 우승 직후 최종라운드 역전 ‘버디쇼’를 펼친 것에 대해 “나도 답을 알면 좋겠다. 정말 모르겠다. 특별히 기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웃으며 ‘무심’한 비결을 전했다. 이어 “아마 그런 마음가짐이 오늘 잘 된 이유인 것 같다. 상위권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 욕심 없이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24)은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6위를 기록, 2주 연속 역전 우승에 아쉽게 실패했다. 김효주(22)와 양희영(28)은 나란히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13위에 그쳤고, 타이틀 방어를 노렸던 리디아 고는 9언더파 275타로 공동 20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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