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가안보실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건을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은 상대국과의 관계가 걸려 있는 민감한 외교·안보 관련 문건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공개가 힘들다는 쪽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건 내용을 공개할 경우 국가안보뿐 아니라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개하지 않고 원본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경내 민정·정무수석실·국정상황실 등에서 발견된 문건의 중요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해 지난 14일부터 3차례에 걸쳐 문건의 제목과 개요, 일부 메모를 공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로부터 이들 문건의 사본 일부를 인계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국정상황실 문건 가운데 일부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대책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기업 경영권 방어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입장 점검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안보는 안보대로 중요한 것이고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들이) 국민께 알려드릴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 담긴 문건이라면 모두 거기(안보와 외교에 관련된 사안)에 해당되지 않겠냐"며 "이것(안보실 문건)은 앞서 공개된 것(민정수석실‧정무수석실 문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안보실 문건 중) 위법해 보이는 그런 사항들이 발견됐을 때 지난번처럼 제목과 개요를 발표하게 되면 국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보고 있다"며 안보실 문건의 경우 위법으로 보이는 내용이 발견되더라도 공개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이같은 기류 변화에 해당 문건에 사드(THAAD) 배치 전반의 과정이나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연이은 문건 공개에 야권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소지와 정치적 의도를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청와대는 야당이 정치적 의도와 함께 대통령기록물법 관리 위반소지를 계속해 제기하자 "법리논쟁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