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대일로 전진기지 신장위구르 ‘훠얼궈쓰’…내륙 변방서 중앙亞 진출 교두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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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실크로드 요지…일대일로 중국의 실험 성공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는 그동안 우리에게 민족분쟁의 화약고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위상이 180도 달라졌다. 신장위구르자치구가 일대일로의 6대 경제회랑 중 하나인 ‘신(新) 유라시아 대륙교량’의 한복판이자, 중국과 중앙아시아 및 서아시아를 잇는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주차이나는 신장자치구의 경제무역 현실, 훠얼궈쓰와 카슈가르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험 등을 총 4회에 걸쳐 심층 조명해본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현지를 방문한 모종혁 통신원은 신장자치구의 정치·경제적 가치와 함께 현지 교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담아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선 위에 세워진 중앙탑. 빨간색은 중국 영토, 파란색은 카자흐스탄 영토를 뜻한다. [사진=모종혁 통신원]

“이런 변방의 오지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면세점이 있다는 게 믿기질 않네요.”

지난 3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서북단에 자리 잡은 훠얼궈쓰(霍爾果斯).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여행 온 천량씨(35)는 이른 아침 파출소를 찾아 임시통행증을 발급받았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정부가 공동 운영하는 중·카합작센터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합작센터의 정식명칭은 중국·카자흐스탄국제변경합작센터(中哈國際邊境合作中心)다.

중국이 주도해 240억 위안(약 4조원)을 투자해서 2012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총면적이 528㏊에 달하는데, 이 중 343㏊는 중국 땅이고 185㏊는 카자흐스탄 땅이다. 

양국의 국경선이 중·카합작센터의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카합작센터에서 사업하는 상인과 방문하는 외지인은 모두 여권이나 임시통행증을 소지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합작센터는 겉으로 봐서는 훠얼궈쓰 시내와 별 차이가 없었다. 갓 지어진 현대식 건물, 잘 닦여진 도로 등은 이 도시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합작센터 안에서는 모든 상품을 면세로 살 수 있다. 물론 제한은 있다. 관광객 한 사람이 1500유로와 50㎏ 미만을 구매해야 면세혜택을 받는다.

천씨는 아내에게 선물할 화장품과 미용용품을 사겠다며 한 면세점으로 달려갔다. 현재 합작센터 내에는 중야(中亞), 중커(中科), 선전(深圳) 등 크고 작은 면세점이 성업 중이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중야(中亞)면세센터를 찾았다. 3층에서 의류 부스를 운영하는 왕리씨는 2년 전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에서 왔다. 그는 “날마다 출입국관리소를 거쳐 출퇴근하는 게 불편하지만 합작센터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과 카자흐스탄 상인이 꾸준히 늘어나 매출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작센터는 하루 14시간만 대외개방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30개 가까운 기업이 투자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고, 4000개의 점포가 입주를 끝냈다. 점포들은 모두 한자와 카자흐어로 된 간판을 달고 성업 중이다. 방문객은 양국 화폐를 환전 없이 자유롭게 사용한다.

카자흐스탄 상인들은 가깝게는 자르켄트에서, 멀게는 알마티에서 온다. 보통 승용차나 트럭을 직접 몰고 오거나 버스를 대절해서 합작센터를 찾는다.

실제 합작센터 곳곳에는 카자흐스탄 번호판을 탄 각종 차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편리한 환경 덕분에 지난해 합작센터를 찾은 방문객은 500만4000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36%나 늘어난 수치다.

2016년 합작센터를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직수출된 화물은 2600만t을 넘어섰다. 또한 직수출된 금액은 전년 대비 10%가 증가한 8억 달러를 기록했다. 합작센터 덕분에 지난해 훠얼궈쓰는 93억6000만 달러의 통관 무역액을 달성했다. 2010년 30억 달러에서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훠얼궈쓰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으로 중소형 버스를 타고 자르켄트로 향했다.

버스비는 70위안(약 1만1600원)인데, 50㎞가 조금 안 되는 거리를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중·카합작센터에서 각종 물품을 잔뜩 산 카자흐스탄인들로 버스 정원이 금방 꽉 찼다.

훠얼궈쓰출입국관리소에 도착해 세관 검색을 지켜보니, 개별 수하물에 대한 검색은 아주 까다로웠지만 종류나 중량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이는 카자흐스탄의 출입국관리소도 마찬가지였다. 가전제품, 기계부품, 생활용품 등 온갖 중국산 상품이 통관 절차를 밟은 뒤 넘어갔다. 수하물을 일일이 검색하느라 1시간 넘게 허비했지만, 압수를 당하는 일은 없었다.

합작센터에는 상품을 카자흐스탄 내 각 도시로 직접 보내주는 택배회사까지 성업 중이다.

제조업이 취약한 카자흐스탄에서 중국산이 인기 높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은 중국 상품은 자르켄트 시장에서 카자흐스탄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었다. 이틀 동안 묵었던 새티(Satti)호텔의 경우 에어컨, 냉장고, 세면도구 등이 모두 중국산이었다.

호텔 주인은 “휴대폰, TV 등 첨단제품은 한국산이 인기 있다”면서도 “그 밖의 백색가전과 일상용품은 중국산이 저렴하고 품질도 우수해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합작센터를 세운 중국의 실험은 자르켄트 주민들의 소비 행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성공적이다. ‘강과 물이 흐르는 곳’에 불과했던 훠얼궈쓰는 이제 사람과 상품이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말을 탄 국경경비대 뒤로 훠얼궈쓰출입국사무소가 보인다.[사진=모종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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