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M&A를 읽다

2017-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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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방위 M&A·전략적 제휴로 초불확실성·초연결 시대 넘는다

4차 산업혁명 기술·선진국 기업 대상 자국 산업 고도화 목적

대규모화·다른 업종간 합종연횡이 중국 기업들의 M&A 추세

해운·에너지 분야 국영기업 간 인수·합병이 대표적 사례

은행·IT 기업 간 결합… 로봇·AI·빅데이터 기업 간 제휴도 늘어

삼성과 LG의 관계는? 적수? 맞수?

둘 다 맞다. 그런데 그 삼성과 LG가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에 LG가 만든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착한 삼성전자 TV가 출시될 예정이다. 과거 ‘세탁기 사건’으로 소송전까지 불사했던 두 회사는 왜 동침을 결정했을까. 한순간 타이밍을 놓치거나 삐걱하면 회복하기 힘든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상생의 길’을 택한 것이다.

현대 사회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표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불확실성시대’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와 사드 정국으로 인한 G2(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불확실성이 연례 없이 증폭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초연결사회(超連結社會)’다. 초연결사회는 IT(정보기술)를 바탕으로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이 서로 연결됨으로써 지능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의 창출이 가능해지는 사회다. 기술의 진화와 인간 욕구 변화가 초연결사회의 2대 동인(動因)이다. 불확실하기에 연결 욕망이 더 커지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연결 욕망의 밑바탕에는 생존본능이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시대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초연결사회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M&A(인수·합병)다. 불필요한 자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결 고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모든 게 M&A 대상이 된다. 협력하면 손쉽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굳이 새로 공장을 짓고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M&A보다는 결합 강도가 약하지만 기업 생존과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전략적 제휴(콜레보레이션)’다. 사안별로 필요할 때 뭉치고 과업이 완료되면 해체되는 형식이다. 묶음과 풀림에 자유롭다.

먼저 M&A. 중국에는 지금 M&A 바람이 거세다. 정부 당국이 자금유출을 우려해 국경 간 M&A(외국기업 인수)를 ‘자제’시키고 있지만 기업들의 ‘생존본능’ ‘확장본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중국 국익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국 기업들이 추진하는 M&A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니시어티브(주도권)를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M&A를 통해 대형화를 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장 선점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M&A에는 크게 다섯 가지 특징이 있다. 대규모화 추구, 로봇·AI(인공지능)·IT 등 4차 산업 위주의 고기술 중심, 미국과 유럽 등 선진지역 대상, 자국 산업의 고도화 목적, 이업종 간 합종연횡이 그것이다. 이 특징들을 종합하면 중국이 지향하는 목표를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의 M&A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분야가 국영기업이다. 중국 최대 해운회사인 국영 해운회사 코스코(COSCO·중국원양해운집단)가 홍콩의 경쟁사인 OOCL을 63억 달러(약 7조 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코스코는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3위, 아시아~북미 항로 물동량에선 세계 1위 해운업체가 된다.

중국은 현재 정부 주도 해운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진행하고 있다. 외신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 차 홍콩을 방문한지 일주일 만에 성사된 이번 합병 발표에도 중국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패권(覇權) 유전자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국은 지난해 8월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구의 바다에서 한국 해운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 에너지 분야 국영기업 간 대규모 합병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병 대상은 중국 최대 국영 석탄기업인 선화(神華)그룹과 국영 전력기업인 궈뎬(國電)그룹이다. ‘빅딜’이 성사될 경우 300조원 규모의 에너지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션화그룹과 구어디엔그룹의 합병설은 최근 철도·해운·에너지·철강·부동산 등 다방면에서 합병을 적극 추진 중하고 있는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에 속도를 내는 정책과 맥락을 같이한다. 두 국영기업의 합병이 성사되면 해외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의 국유 은행과 자국 IT기업 간의 ‘밀월’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업종 간 합종연횡을 통해 핀테크(Finance+Technology·정보기술과 결합한 금융서비스) 시장에서 선도자 역할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금융권에서는 지난 6월 한 달에만 세 건의 제휴가 이루어졌다. 중국은행과 텐센트, 농업은행과 바이두, 공상은행과 징둥상청이 그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건설은행이 알리바바와 제휴했다.

앞 세 건의 제휴 회사들은 두 기관 간 고유 기능의 결합을 통해 마케팅과 빅데이터 활용은 물론 물류와 전자상거래 등으로 서비스를 늘려 나가기로 했다. 건설은행과 알리바바 역시 신용카드 온라인 개설과 전자결제 업무 등의 영역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모바일 지급결제(모바일 페이)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그 중국이 ‘금융-IT 밀월’을 통해 관련 분야에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동맹’은 시너지 효과가 무궁무진한 만큼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은행들이 IT기업과의 제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3월 신한금융그룹과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전략적 협력 계약(SCA) 체결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이 같은 M&A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체질이 크게 개선됐다. 중국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 102곳의 이윤은 27조원에 달했다. 102곳 중 99곳이 이윤을 남긴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국유기업의 올 상반기 전체 영업수익과 이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6.8%와 15.5%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연매출 112조원으로 세계 1위 건설사인 중국의 국영건설회사 CSCEC(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한국의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고용불안과 기술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동북아연구실 중국경제팀장은 “중국은 자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M&A에 대한 규모와 건전성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조금 줄어든 것 같다”며 중국의 M&A 경향을 설명하고 “차이나 머니(중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해소된 만큼 우리 기업들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들의 M&A 중에서 국영기업 다음으로 주목을 받는 분야가 로봇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것들이다. 지금은 가히 기술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수많은 관련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들을 M&A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잘 연결시키면 시장 선점효과를 거둘 수도 있고, ‘대박’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美的) 그룹은 세계 유수의 로봇 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이스라엘 로봇 자동화업체인 서보트로닉스(Servotronix)를 1억7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세계 4대 로봇업체인 독일의 쿠카 로보틱스(Kuka Robotics)를 4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9억명의 위챗 사용자를 확보한 중국 IT기업 텐센트는 지난 4월 생활정보 제공 업체인 50통청(同城)의 중고거래 사이트 ‘좐좐(轉轉)’에 2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 지분 21%를 인수하기도 했다. IT 공룡이 온라인 유통으로 진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AI기술 사냥과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의 21세기판 ‘인해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M&A의 목적이 기술과 인재, 노하우의 손쉬운 확보에 있는 것이라면 인재 확보는 ‘소규모 M&A’인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헤드헌팅 회사 ‘탤런트시어’가 올해 상반기에 받은 인공지능 관련 엔지니어 스카우트 요청 200건 중 절반이 중국 기업에서 왔다고 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도 ‘AI 인재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상원에서는 기술 유출 방지 차원에서 중국 투자 거부법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4G(4세대 이동통신)에 뒤졌던 중국은 5G(5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중국 3대 통신업체(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향후 7년간 5G기술개발과 망 구축에 2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1위 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초 자동차회사와 가전업체 등 40여 곳과 의기투합해 ‘5G 공동혁신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같은 M&A와 전략적 제휴 노력 덕분일까. 내리막길을 걷던 중국의 성장률이 7년 만에 반등 조짐을 보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늘었다. 예상 밖 성장세였다.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Join, or Die).’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계몽주의 사상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만든 유명한 정치 카툰 중 하나다. 21세기 작금의 현실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꿰뚫었다. 지금은 초불확실성시대, 초연결사회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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