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 ‘짱구는 못말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2017-07-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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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의 연출을 맡은 하시모마사카즈 감독[사진=머리꽃 제공]

최송희 기자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이 돌아온다.

빨간색 티셔츠에 노란색 반바지를 고집하는 5살 난 남자아이. 엉뚱한 성격에 능청스러운 면모로 모두를 당혹하게 하는 이 아이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부터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까지. 우리는 모두 ‘짱구’를 알고 있다.

만화 잡지 연재(1990)를 시작으로 TV시리즈(1992), 극장판 애니메이션(1993)에 이르기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독식해온 ‘짱구는 못말려’(원작 우스이 요시토)가 올해로 극장판 애니메이션 25주년을 맞게 됐다.

25주년을 기념해 메가폰을 잡은 것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2013)과 ‘짱구는 못말려: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2015)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하시모토 마사카즈(42) 감독이다. 약 2년 만에 또다시 메가폰을 잡게 된 그는 신작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이번 작품은 외계인 덩덩이와 짱구 가족이 함께 모험하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25주년을 맞은 만큼 팬들에게도 하시모토 감독에게도 감회가 남다를 터. 그 시절,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그 소년과 함께 한국을 찾은 하시모토 감독과 이번 작품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의 연출을 맡은 하시모마사카즈 감독[사진=머리꽃 제공]


먼저 25주년을 맞은 소감이 궁금하다
-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리즈가 3번째 영화다. 사실 25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소감은 없고, ‘짱구는 못말려’ 작업을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제일 처음 작업한 것이 21번째 작품(B급 음식 서바이벌)이고, 그다음이 23번째 작품(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번 작품이 25번째 시리즈다.

극 중 역대 극장판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나왔는데
- 일종의 팬서비스였다. 25주년을 기념할만한 요소를 넣고 싶었다. 재미있는 요소들을 찾다가 ‘과거 캐릭터를 넣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넣을 거면 24편 전체를 넣어보자! 줄거리랑 상관없이 출연한 이들을 몽땅 넣어보자!’고 얘기가 됐다. 그간 출연했던 인물들과 쌓아왔던 시간을 담아내고 싶었다.

‘짱구는 못말려: B급 음식 서바이벌’의 경우는 폭넓은 관객층을 유입했다면, 두 번째 시리즈인 ‘짱구는 못말려: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은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은 무엇을 목표로 했고, 어떻게 보고 있나?
- 작품별로 해보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게 됐다. 그렇게 ‘이런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이번 영화는 25주년 기념이기 때문에 가족과 아이를 부각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아마 보신 분들이 판단, 평가하지 않을까?

흔히 25주년 기념이라고 하면 짱구 중심의 이야기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다른 새로운 인물인 덩덩이를 출연시켰다. 그리고 덩덩이 중심의 이야기를 펼쳤는데?
-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것들을 도전해보자는 것이 이번 작품의 주 테마였다. 항상 새로운 걸 만들자는 게 모토다. 사실 새로운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하는 것은 이번 편이 처음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덩덩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시켰고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외계인 덩덩이(왼쪽)와 짱구[사진=영화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의 스틸컷]


덩덩이 캐릭터를 만들 때 주안점으로 삼은 것은 무엇인가?
- 너무 귀엽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 ‘너무 귀여우니까 용서할 수 있어!’라는 게 아니라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점점 알아갈 수 있고 받아들이는 캐릭터가 되길 바랐다.

‘짱구는 못말려’라는 프랜차이즈 영화 안에서 감독님만의 색깔을 넣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 저만의 생각, 색깔을 의도적으로 넣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제 생각에 짱구는 너무 똑똑하지 않고, 어른스럽지 않은 것이 기본적인 캐릭터다. 그것은 꼭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굳이) 저만의 색깔이라고 한다면 가장 행복한 짱구의 모습을 담으려고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려질 수 있도록 의도를 억눌렀다. 그런데 작품이 끝나고 나니 프로듀서가 ‘역시 감독님답네요’라고 하더라. 역시 누르려고 해도 눌러지는 게 아닌가 보다.

감독님의 색깔은 무엇인가? ‘선인장 대습격’에 이어 ‘습격!! 외계인 덩덩이’에서도 오컬트·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이것이 감독님의 색깔일까?
- 그런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만들어갈 때 회의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었다. 제가 프로듀서에게 지적받았던 것은 또렷한 이미지가 아닌 어렴풋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었다. ‘전체적 분위기가 감독님의 분위기와 닮았다’고 하더라.

극 중 덩덩이의 아버지와 덩덩이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끝내 아버지가 용서·화해하지 않았는데
- 영화상으로는 부드럽게 표현했지만 어쨌든 극 중 덩덩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도구로 사용했다. 그것을 막판에 회개하고 짱구 가족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죄가 가벼워지면 안 된다. 간단히 용서하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에도 덩덩이의 엄마를 출연시켰다. 시간이 지나면 덩덩이가 아버지를 용서하는 날도 오겠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 긴 시간을 담을 수 없었다. 극단적 표현이지만 학대받은 자녀가 간단하게 부모를 용서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

영화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의 연출을 맡은 하시모마사카즈 감독[사진=머리꽃 제공]


그것 때문인지 엔딩 역시 씁쓸한 기분이다. 덩덩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행복하게 지내는 과정을 보여주었지만, 엄마가 등장하자 너무도 매몰차게 떠나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 가족의 일원이 되어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덩덩이는 내내 고향이 그립고 엄마가 그리웠을 거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아이에 불과하니까.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건 힘든 현실이다. 그렇게 그리운 마음이 쌓였을 때 엄마가 나타나, 냉큼 그를 따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 이후 짱구네 가족과 충분히 헤어지는 시간을 가졌을 거다. 그런 시간이 뒤에 남아있다. 그건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영화를 보면 여러 오마주 장면들이 눈에 띄는데
- 요소요소 다른 영화를 패러디한 것들이 많다. 덩덩이와 짱구가 달을 지나는 장면은 ET를, 외계인 오타쿠가 방을 엿보는 장면은 스탠릭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을 패러디했다. 이외에도 자세히 찾아보면 패러디 신들이 많으니 찾아보길 바란다.

이제까지 3편의 작품을 맡았는데 다음 작품도 맡을 의향이 있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 제의가 들어온다면 당연히 한다. 하지만 어떤 모습을 그리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남기지는 않았다. 자유로운 캐릭터기 때문에 미리 콘셉트를 잡고 이야기를 잡아버린다면 짱구만의 매력이 사라진다.

여름 극장가에 다양한 작품들이 개봉하는데. 예비 관객들에게 ‘짱구는 못말려’만의 강점을 언급하자면?
- 할리우드 영화에는 없는 짱구만의 매력이 있다. 연령에 상관없다는 것이다. 아이만이 즐길 수 있는 코드와 어른만이 즐길 수 있는 코드 그리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섞여 있다. 이건 할리우드 영화가 가질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끝나고 나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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