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기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적 행위'라 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들과 또는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일컫는다.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 속 인간의 특성은 이미 찰스 다윈이 19세기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무기로 제시한 바 있다. 이뿐일까.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 진화의 핵심을 '이기적 유적자'로 해석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 등을 통해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배철현 서울대 교수는 "인간에게는 '이타적 유전자', 즉 이타심이 내재돼 있다"고 명토 박는다.
인간이 문자와 언어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타인을 수용하고 배려할 줄 아는 '영적인 인간'이었던 것뿐만이 아니라, 도시와 문명의 탄생 이전에 공동체를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인간'이었던 것 그리고 종교가 생기기 이전에 이미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묵상하는 인간'일 수 있던 것은 이타심이라는 궁극적 조건 때문이라는 말이다.
하긴 인간은 사냥한 동물을 먹어치우기 바쁜 짐승과 달리 식량을 공동체와 함께 나누어 먹으며 '식사'라는 문화와 예절을 만들었고, 생존을 위해 위협적인 무기를 만들면서도 자신의 폭력성을 경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동시에 키워 왔다. 또 사냥한 동물이 죽어갈 때는 그 아픔을 공감하며 눈물도 흘렸다.
배 교수에 따르면, 이타심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DNA에 각인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누군가의 헌신적인 보살핌을 통해 자신이 생존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배우고, 이것이 삶의 최선의 가치임을 깨닫는다. 도구 사용, 불의 발견, 의례 치르기, 그림 그리기 등 모든 혁신은 이타심의 결과물이었다.
"라스코 동굴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의 예배당이었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현생 인류가 단순히 '살해하는 인간'(Homo Necans)을 넘어 '묵상하는 인간'(Homo Contemplans)이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인류의 역사는 성찰과 묵상을 통해 자기 안의 이타심을 발견하고 그 소중한 마음을 지키고자 노력해온 여정이다."(본문 358쪽)
3만2000년 전 일상과 단절된 '구별된 공간'('깊고 어두운 동굴')으로 홀연히 들어간 인간은 이렇게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숙고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미래를 계획했다. 배 교수는 "그들이 성찰과 묵상을 통해 발견한 것은 우리 안에 숨겨진 위대함이었다"고 설파한다.
사람들은 줄곧 '나는 누구일까'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등의 질문을 자기 스스로에게 던지고 이내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서둘러 결론을 내린다. 그렇지만 이 근원적인 물음은 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는 이타적 유전자를 깨우고, 이 이타심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결국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답변을 준비하는 자세가 아닐는지.
428쪽 |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