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그린 곳이다. 이 행운의 도시는 프랑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27㎞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로, 우아즈 강가에 있는 오베르란 뜻을 지닌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이다. 고흐가 생을 마감하고 묻힌 인연으로 고흐를 자산으로 갖게 됐다.
말년의 고흐가 여러 도시를 거쳐 오베르로 간 것은 고갱을 비롯한 사람들과의 갈등과 화가로서의 번민으로 괴로워할 때로, 정신과 의사이며 화가인 폴 가셰 박사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고흐는 그림 그리기가 도리어 건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한 가셰 박사의 말에 따라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고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고흐는 동생 테오와 어머니, 고갱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베르가 그림을 그리며 지내기에 좋은 곳이라 했다. 테오에게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이곳에 오라고 권하기도 했다. 비록 고흐가 다시 흔들리며 7월 29일 이곳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그는 70여일 머문 오베르에서 80여점에 이르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당시 고흐가 묵었던 라부여관과 그가 그린 교회, 밀밭을 비롯한 마을은 이제 고흐 루트가 됐다. 고흐 자신도 동생 테오와 함께 이곳에 묻혀 있다. 그래서인지 오베르의 길을 걷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고흐의 고뇌와 치열했던 마지막 삶을 엿보는 것만 같다. 목사의 장남으로 태어나 화랑의 점원으로 일했고 신학공부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까지 늘 가난과 번뇌로 고독한 삶이었다. 오베르는 고통에 겨워하는 그에게 위안을 건네는 풍경을 빌려주었고 그 덕에 위대한 예술을 품은 관광지가 되었다.
고흐의 흔적을 따라가 보면 사람이 자산이 된 도시가 그들과의 인연으로 도시의 인상을 만들며 세월을 담아가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하여,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남겨진 아름다운 작품들과 작가를 곰곰이 더듬어 본다. 도시는 사람들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곳으로, 사람들과의 인연은 어디에나 남겨져 있다. 결국, 도시의 귀한 자원 중 최고는 멋진 건물보다 사람일 것이다. 그 아름다운 흔적을 우리도 도시의 귀한 자산으로 키워야 할 때다. 누가 알겠나! 우리에게도 곧 누군가를 품었던 도시가 그로 인해 먹고살게 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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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