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이정수 기자 = '이웅열 코오롱 회장 뚝심의 결과물'로 주목받던 관절염약 '인보사'가 보건당국 승인과 함께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가 자신했던 연골 재생 효능을 인정받지 못해서다. 비싼 가격도 시장 기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공학이 자체 개발한 인보사가 지난 12일 세계 다섯 번째 유전자 치료제로 승인됐다.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약으론 세계 최초다. 동시에 29번째 토종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코오롱이 적극적으로 홍보하던 '연골 재생' 효과를 뺀 채 시판 승인이 이뤄져서다.
식약처 승인 자료를 보면 중증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인보사를 1회 주사하고 1년간 살펴본 결과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대조군보다 무릎 통증은 줄고 운동·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올라갔다. 하지만 닳아 없어진 연골을 재생하는 효과는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
비싼 가격과 다른 치료법보다 잦은 투약 횟수도 걸림돌이다. 인보사는 1~2년에 한 번씩 맞아야 하는데, 1회 접종 가격이 400만~500만원 선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현재 무릎 인공관절 수술 비용은 400만~500만원, 1회 시술로 연골 재생을 돕는 메디포스트의 줄기세포 관절염약 '카티스템' 시술비는 800만~1200만원 수준이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환자는 치료비의 30%만 내면 되지만 인보사가 국내에 처음 나온 유전자약이어서 가격 산정에 필요한 비교 제품이 없고, 비싼 치료제라 건보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 급여 등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보사 승인 기대감으로 두 달 사이 63%나 올랐던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허가 당일 전날 15.84% 폭락한 데 이어 허가 날인 13일엔 6.86%가 더 떨어졌다.
이를 두고 '하티셀그램'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티셀그램은 파미셀이 개발해 2011년 7월 식약처 승인을 받은 세계 첫 줄기세포 치료제다. 급성심근경색 치료에 쓰인다. 하지만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매출은 2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용 환자가 적다 보니 시판 허가 조건이었던 '시판후재심사(PMS)' 요건을 맞추지 못해 취소 위기까지 겪고 있다. 식약처는 허가 당시 6년간 치료 환자수(증례수) 600건을 채워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업체가 어려움을 호소해 100건으로 대폭 줄인 상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성공적인 해외 임상시험을 통해 우려를 잠재운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연골 재생 등 골관절염 구조 개선 효과는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에서 실시할 3상 임상시험에서 1000명이 넘는 대규모 환자 장기추적에서 이를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