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부자 기업 반열에 오른 중국 다렌완다그룹(大連萬達·이하 완다)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게되면서 해외 인수·합병(M&A) 자금 조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완다 자회사의 주식·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완다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 중문판에 따르면,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완다가 2012∼2016년 사이에 진행한 해외 기업 M&A 가운데 여섯 건이 당국의 투자규정을 위반했다며 국영 대형은행에 자금을 지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완다는 국무원이 지난해 11월 자본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들의 역외 해외투자와 관련해 강화한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수가 마무리된 네 건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중국에 상장된 어떤 사업체에도 자산을 주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징벌적 조치를 고려 중이다.
인수협상 중인 오디언과 노르딕 시네마 등 두 건은 자금 조달을 틀어막거나 외환 관련 승인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신용평가사도 완다의 채무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완다를 부정적 관찰대상 리스트에 올렸다. 최근 자산매각으로 채무를 상환하려는 행위가 영업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뉴욕타임스는 완다같은 기업들의 채무 상황이 중국 금융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가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당국자들과 은행업계를 소집해 금융개혁에 대한 회의를 베이징에서 열고 꾸준히 늘고있는 기업 부채 증가를 제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완다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에게까지 철퇴를 휘두르며 금융 리스크 통제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이고 있다. 최근 완다 사업을 인수하기로 해 이슈를 일으킨 부동산개발업체 룽촹중국(融創中國·수낙차이나), 정보기술(IT) 기업인 러에코(LeEco) 등도 중국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상하이거래소는 룽촹의 100억 위안 규모 회사채 발행을 중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인터넷매체 제몐(界面)은 당국이 최근 시중 국유은행에 완다그룹은 물론 안방보험, 하이난항공(HNA)그룹, 푸싱(複星)그룹 등의 신용 업무에 대한 일제 조사를 통지했다고 보도했다. 완다와 푸싱그룹은 지난 6월 초 중국 은행 당국이 해외 M&A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의 은행 익스포저를 조사할 것을 지시한 그룹에도 포함된 기업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완다가 부동산·문화·여행사업 등 대규모 자산을 룽촹에 팔기로 했던 최근 합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완다, 지난달 조사 때 주가·자산 급락… '엔터 제국' 꿈꾸던 왕젠린 야망에 '제동'
지난달 말 중국은행감독위원회(CBRC)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부터 완다의 악재는 본격화됐다. 해외 기업 M&A에 적극적인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대출 현황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선 중국 은행당국은 연행됐다고 알려진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吳曉輝) 회장의 다음 타자로 완다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을 지목했다.
당시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은행들이 대거 완다 채권을 내다팔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완다 시네마의 시가총액은 60억 위안 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완다시네마 대주주인 왕 회장과 아들 왕쓰충(王思聰)의 자산도 40억8000만 위안(6793억원) 증발했다.
완다는 2009년 문화 산업에 뛰어든 이후 ‘다크나이트’와 ‘고질라’로 유명한 할리우드 중견영화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유럽 최대 극장 체인인 영국의 오디언 앤드 UCI 시네마 그룹 등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업투자를 해왔다. 미국 월트디즈니보다 큰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꿈꿔왔지만, 당국의 제재로 인해 왕 회장의 야심이 꺾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