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로 예정된 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 구간 확대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 환급', '부가세 대리납부' 등 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아직 뚜렷한 여름휴가 일정을 잡지 못했다. 취임 첫해인데다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을 끝낸 만큼 휴가보다는 현장에 머물면서 직원들을 독려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도 휴가 대신 현장을 택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미국의 뱅크오브호프(Bank of Hope) 은행과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카드가맹 업무를 시작했다. 미국 내 한인과 현지인을 상대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돌입한 만큼 업무부터 챙긴다는 계획이다.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등도 아직 휴가 일정을 잡지 못했다. 가맹점 우대수수료 구간 확대 등으로 실적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 하반기 경영계획을 다듬는다는 전략이다.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과 채종진 BC카드 사장 역시 생존 전략을 다시 짤 예정이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와 신규 가맹점 수수료 환급 문제, 부가세 대리납부 등 각종 이슈로 상반기 내내 회사 전체가 비상이었다"며 "산적한 현안이 하반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분위기라 휴가를 가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포기한다고 해도 마냥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CEO가 휴가를 안 가면 직원들도 눈치가 보인다'는 임직원들의 성화에 회사에 나와도 불편하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를 따로 챙기지 않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달 다녀온 유럽출장으로 휴가를 대체했다. 대신 직원들에게는 '휴가를 가지 않으면 패털티를 부여하겠다'며 휴가 사용을 독려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아직 특별한 일정을 잡진 않았지만 다음달께 국내로 짧은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경영에 나서자니 후배들의 시선이 따갑고, 휴가를 속 시원히 가자니 저조한 수익성에 골치가 아플 것이다"라며 "카드사 CEO들이 그 어느 해보다 '잔인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