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패션 주권’ 빼앗긴 韓, 현실 직시해야”

2017-07-13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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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 [사진=한국패션협회 제공]


외국 브랜드들이 다수 유입되고 해외 여행이 늘어나면서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은 국내 패션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브랜드는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만 한다. 먹고 먹히는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지금, 업체들은 스스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해외 고가 사치품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명품'이라 불리면서 유통시장의 갑(甲) 노릇을 하고 있는 풍조다. 그러나 명품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 쓰이고 있다. ‘해외 유명 상품(브랜드)’이라고 불러야지, 명품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부 고급 백화점 명품관에서 몇백만원짜리 옷이나 가방이 팔렸다는 게 비판적인 뉴스거리였다. 대기업에서 고급 여성복이나 보석을 수입해서 판다고 하면, 호화 사치품을 선도한다며 몰매를 맞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고가 사치품이 명품으로 불리며 사회에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호황이다. 그 이유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 마치 신분처럼 여겨지는 사회 환경 변화에 있다. 여기에 더해 해외 수입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명품으로 둔갑하기 때문에 비싼 광고비를 절감하는 효과까지 보고 있다.

'명품'이 무엇인가. 수십년간 업계에 종사한 장인들이 한 땀씩 손수 만든 것이다. 장인정신이 깃든 일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명품이라고 불릴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 수입되는 중저가 브랜드들도 다 명품으로 간주돼 너도나도 명품 대접을 받는다.

용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소비자들이 착각을 하고 있다. 왠지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고, 특별한 광고도 하지 않는데 명품이라는 한마디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다.

해외브랜드들이 곧 명품이라면, 국내 브랜드들은 아무리 명품 수준이 돼도 명품이 될 수 없다는 역설적 논리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웃 나라인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명품’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럭셔리 브랜드'라는 말을 쓴다.

우리 브랜드의 명품화,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명품’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사용해야 할 것이며, 장인이 손수 만드는 소위 극소수의 일부 초고가 수입 제품을 제외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은 명품이 아닌 ‘해외 유명 상품(브랜드)‘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업계가 먼저 자각하고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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