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내내 갈등의 진원지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이 재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FTA 재협상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자, 화약고가 여의도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한·미 FTA 재협상에 합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무역 합의는 공동성명이 전부”라고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양국이 합의한 공동성명을 보면 경제 분야에서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 발전 △여타 경제 분야에 있어서의 양자 협력 증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향후 이를 둘러싼 해석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FTA 재협상 발언을 “국내 정치용”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재협상을 기정사실처럼 얘기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재협상은 양국 정상의 합의문에 포함된 사안도 아니다”라며 “취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상대로 국내 정치용으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공당으로서 정치공세를 위해 국익을 해치는 발언을 삼가고 과도한 통상압력에 대응하는 데 보조를 맞춰 달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한·미 FTA 재협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고리로 맹공을 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국의 청구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자동차 등 구체적 항목을 제시하면서 불공정 무역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라며 “청와대가 의미를 축소하는 게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성원 대변인도 “우리는 약 40조 원의 투자 방안을 제시했지만, 돌아온 것은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경제적 부담”이라고 공격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도 각각 “미국에 투자·구매 선물 보따리를 선사했지만 손익계산서를 살피면 초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 등을 언급한 것은 앞으로도 숙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등의 발언을 하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웠다.
국회 비준에만 6년 걸린 한·미 FTA가 재협상 파고를 만남에 따라 당분간 통상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