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탄력을 받게 된 문 대통령의 대북구상이 이번 독일 방문 때 발표될 ‘베를린선언’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북핵의 완전한 폐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 등의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독일에서 발표할 대북 구상과 제안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시하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예를 들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기로 약속하면 우리는 북한과 대화해 볼 수 있다. 또 만약 북한이 미국 국민 3명을 석방한다면 그것도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대화 조건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베를린 선언’을 통해 남북 간 경제공동체 구상도 내놓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CSIS 간담회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것이고 8000만 시장의 남북 경제공동체가 형성돼 한국 경제가 중국으로, 시베리아로, 러시아·유럽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금강산, 원산, 단천, 청진·나선을 남북이 공동 개발해 우리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고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협 벨트를 신설하겠다는 대북 정책 관련 공약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제재·대화 병행'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며 민간단체 차원의 대북 접촉에도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 난제, 북한·중국 변수=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힘이 실리기 위해선 1차적으로는 북한을 핵동결, 비핵화 수순으로 끌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북핵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으로 △북한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한 바 있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북 최대 압박이 성공하려면 미·중·일·러시아와 한국 등 모든 관련 국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대북 압박 노선에서 이탈하면 이 구상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최대 난제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독일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 만찬 회동을 잇따라 갖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해서는 향후 보다 구체적인 공동의 북한 비핵화 전략 마련과 효과적인 대북 설득 및 한·미·중 공조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설득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제재와 대화를 병행할 것인지 더욱 정교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먼저, 북핵 동결 이전에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을 이끌어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반하는 북핵 동결 이후에는 북핵시설 불능화를 거쳐 핵폐기로 나아가는 보다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북한 비핵화 로드맵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미·중 공조를 강화하면서 3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사드 해법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