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위수 기자 = 아이폰의 출시는 모든 생활의 ‘스마트화(化)’를 앞당겼다. 애플의 세 번째 아이폰 시리즈인 ‘아이폰3GS’가 한국에 출시됐던 당시만해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는 피처폰 중심의 단말기 제조에 집중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의 출시가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 경쟁력 제고에 한 몫을 했다고 분석한다.
탄생 10돌을 맞은 아이폰이 바꾼 것은 생활 방식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KT를 통해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된 아이폰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판도까지 180도 뒤집어 놨다.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가 국내 첫 실시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SK텔레콤은 'T', KT는 'show',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는 'Oz' 등의 브랜드를 내세워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당시만해도 통신사들은 ‘음성통화 몇 분, 문자 몇 건 제공’으로 요금 체계를 구성했다.
아이폰3GS가 국내 출시된 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되며 무선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통화, 문자 제공량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이통사들은 이에 맞는 요금제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2010년 SK텔레콤을 필두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까지 등장했다.
4세대(4G) 시대에는 그런 양상이 더 심화됐다. 이통사들은 LTE 제공량에 따라 요금제 가격을 조정하고, 소비자들 역시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한다.
◆이통사-제조사의 갑을관계 바꾸다
과거 국내 이통사는 ‘갑’이었다. 휴대폰이 이통사를 통해 판매되다보니, 이통사들은 제조사의 제조 물량과 가격까지 휘두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통신사 별로 다른 모델을 납품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당시 휴대폰에는 이통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소비자들도 이통사를 보고 휴대폰을 구매했다. 이통사의 통화품질과 부가서비스를 보고 휴대폰을 선택했다. 자연스레 이통사와 제조사간의 갑을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폰의 국내 출시로 상황이 바뀌었다. 단말기가 ‘없어서 못 파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아이폰3GS의 경우 국내 출시 4개월 만에 50만대가 팔렸다. 아이폰 출시 이후 갤럭시 등의 인기 모델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소비자들은 통화품질보다는 단말기를 보고 휴대폰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통사와 제조사 사이의 관계는 그렇게 역전됐다.
결과적으로 이통사들이 현재 신사업 유치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더 나은 품질, 더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야 다른 통신사들과 차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유저들에게는 안통하는 5:3:2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의 50%는 SK텔레콤이, 30%는 KT가, 20%는 LG유플러스가 점유하고 있다. 5:3:2의 비율은 수년간 고착된 비율이다.
단 아이폰 사용자에 한해서는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아이폰의 경우 SK텔레콤과 KT의 이용자 숫자가 엇비슷하다고 알려져있다. 실제 지난 2014년 출시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개통 점유율은 SK텔레콤 35.4%, KT 35.1%, LG유플러스 29.5%로 나타났다. 당시 LG유플러스가 아이폰 시리즈를 첫 출시해 어느정도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KT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폰을 국내 첫 출시한 통신사가 KT라는 점에서 일부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아이폰은 KT’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아이폰7의 국내 사전예약 당시에는 1분만에 2만명의 예약자를 돌파했고 15분만에 우선예약분 5만대가 마감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