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앞둔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경기 시작 직전 개인 SNS에 긴장된 마음과 각오를 적었다. 그의 바람대로 황재균은 ‘인생경기’를 즐겼다.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첫 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연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재균은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가운데로 들어온 3구째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27m 짜리 결승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3-3 동점 상황에서 나온 황재균의 결승 홈런 덕분에 샌프란시스코는 5-3으로 승리했다.
역대 21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된 황재균은 한국인 빅리그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황재균이 유일하다. 이대호(롯데)와 박병호(미네소타)가 지난해 빅리그 데뷔 3경기 만에 홈런을 신고한 것이 가장 빨랐다. 은퇴한 최희섭은 2002년 시카고 컵스 당시 데뷔 5경기 만에 홈런을 쳤다.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선수는 최희섭과 이대호에 이어 황재균이 세 번째다. 황재균은 3타수 만에 홈런을 때려내며 데뷔 5타수 만에 홈런을 기록한 이대호의 기록을 넘어섰다. 또한 황재균은 올해 창단 135년째를 맞이한 샌프란시스코 소속 선수 중 17번째로 데뷔전 첫 안타를 홈런으로 때려낸 선수가 됐다.
꿈같은 일들이 현실이 됐다. 경기 후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나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경험이다. 정말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서 미국에 건너왔는데 그게 오늘 이뤄져 너무 기분 좋다”며 벅찬 감격을 전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약 3개월의 힘겨운 시간을 보낸 황재균은 최근 잔여 연봉 등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얻는 옵트 아웃(Opt out) 행사 의사를 구단에 밝히며 배수진을 쳤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쳤다. 무리했다. 돌이켜 보니 이런 것들이 나에게 도움이 안 되더라. 그래서 좀 더 내려놓고 야구를 즐기자고 생각했다. 이것이 결국 메이저리그 승격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황재균은 남은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황재균에게 특별한 순간일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한 희생을 알고 있다”며 “황재균은 클럽하우스에서 인기가 많다. 오늘 그를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다”며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