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20년...홍콩 증시, '몸집' 키우고 中 '캐쉬카우' 목장 됐다

2017-06-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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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홍콩 증시 시총 8배, 하루 평균 거래액 4배, 中 비중 50% 육박

홍콩 증시 첫 발 '칭다오맥주', 1997년 주권 반환 후 홍콩행 본격화

민영기업 진출 '비야디'가 이끌어, 텐센트 등 스타트업 성장의 발판

[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내달 1일이면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이다. 중국은 지난 20년을 본토와 홍콩의 '성장과 번영'의 20년으로 자평하는 반면, 홍콩 사회에는 중국과 거리를 좁히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에 대한 반발, 자치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금융시장', 특히 증시에 있어서 홍콩과 중국 본토와의 길이 열리고 세계로의 길이 열리며 기업이 성장할 발판을 다지는 등 함께 '윈-윈(win-win)' 했다는 데 큰 이견은 없는 분위기다. 

중국 뉴스포털 신랑망(新浪網)은 홍콩 금융시장에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말로 지난 20년을 요약했다.
최근 홍콩 증시 시가총액은 28조3000억 위안로 1997년 대비 무려 8배 수준이 됐다. 지난 23일 기준 홍콩 메인보드 하루 평균 거래액은 752억 위안으로 이는 1997년의 155억의 4배다. 홍콩 당국의 관련 세수도 급증했다. 주식거래세(인화세) 세율이 0.1%로 매일 752억 위안씩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하루 세수가 1억5000만 위안, 한 달 22거래일로 추산하면 월 평균 인화세 수입은 33억 위안에 달한다.

2014년에는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연결하는 후강퉁, 지난해는 선강퉁 등을 실시해 홍콩의 국제금융도시로의 입지를 굳히고 중국 내 역외자본이 집결되는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중국 기업이 홍콩으로 몰리면서 홍콩 증시는 중국에 투자하려는 해외자본이 모이고 캐시카우를 길러내는 '목장'이 됐다. 이것이 지난 20년간 홍콩 증시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이라고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는 28일 보도했다.

중국 기업이 진입하고 돈이 몰려 홍콩 증시는 몸집을 키웠고 중국의 경제·정치력, 글로벌 위상 제고와 함께 글로벌 금융도시라는 홍콩의 입지도 확실하게 굳혔다는 평가다. 중국 기업은 홍콩 증시를 통해 해외자본을 얻고 홍콩 금융시장은 이를 통해 가파르고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홍콩 증시가 과거와 비교해 붉게 물들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홍콩 상장사 중 중국 계열 종목(H주·레드칩·P칩)의 비중은 1997년 40곳(6%)에서 최근 절반에 육박하는 1000여곳(48%)로 늘었다. H주는 등록지가 중국 본토인 기업, 레드칩은 등록지가 해외, P칩은 케이맨 제도 등에 등록된 중국 기업을 말한다.

시총 기준 비중은 1997년 16.29%에서 최근 60.69%으로 급증했다. 2014년 후강퉁(상하이·홍콩거래소간 교차거래 허용), 선강퉁(선전·홍콩 거래소간 교차거래 허용)이 개통됐고 곧 채권시장을 잇는 채권퉁도 열릴 예정이다. 이는 중국 본토와 홍콩 금융시장 간 거리가 계속 가까워지고 있으며 여전히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중국 A주 195개 종목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 편입이 결정되기도 했다.

 

[출처=홍콩언론종합]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주권 반환 전인 1993년의 일이다. "0168", 1993년 7월 1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홍콩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새로운 종목번호가 떴고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중국 기업 최초의 홍콩 증시 상장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종목번호 0168의 주인공은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업체, '칭다오맥주'였다. 이후 중국 기업의 홍콩행이 시작됐다. 상하이석화(00338), 시노펙의 이정(依征)화학섬유(01033) 등 9곳의 중국 기업이 첫번째 홍콩 증시행 기차의 티켓을 얻었다.

중국 기업의 홍콩 상장이 본격적인 '성장'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주권 반환 이후의 일이다. 첫 타자는 국유기업인 차이나모바일이었다. 1997년 10월 23일 중국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차이나모바일(00941)이 홍콩 증시에 안착했다.

IPO로 당시 기준 323억6300만 홍콩달러를 조달하며 홍콩 증시를 역외자본 흡수의 창으로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서우두(首都)공항,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시누크는 물론 2000년에 차이나유니콤이 입성하는 등 '거물급' 국유기업의 홍콩행이 이어졌다.

중국 민영기업은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홍콩으로 이동했다. 저장유리(00739)가 시작이었지만 제대로 불을 지핀 것은 세계적인 전기차생산업체로 성장한 비야디(002594)다. 당시 비야디의 등장은 투자자의 새로운 형태, 새로운 분야의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비야디의 높은 인기에 '비야디 현상' 연구 열풍까지 불었다. 2002년 7월에 상장한 비야디는 홍콩 창업판 사상 최대금액인 16억5000만 홍콩달러를 조달했다.

이후 소규모 민영기업, 스타트업들이 대거 홍콩 증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텐센트(00700)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중국 3대 IT 공룡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게임 최강자인 텐센트는 2004년 6월 16일 시장의 냉대 속에 상장했다. 텐센트 주주 대부분이 상장 첫날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식 환수율이 103%에 육박했고 4.2홍콩달러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텐센트 주가가 280 홍콩달러를 웃도는 것과 대비된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지난 20년간, 홍콩 금융시장과 중국 금융시장, 기업을 연결하는 길이 열리고 그 길이 넓어졌음은 분명하다. 이를 두고 상해증권보는 "홍콩은 중국 개혁개방의 교두보"라며 "홍콩반환 20년은 본토 기업 시장화, 증권화의 20년이며 A주 시장과 홍콩 증시가 함께 고속 성장을 이룬 발전의 20년"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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