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사람을 보고 투자해라"

2017-06-26 10:55
  • 글자크기 설정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26일 아주경제와 만나 "길게 함께 갈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오너와 구성원이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가치투자는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사 제값에 파는 투자전략이다. 이러려면 길게 함께 갈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 오너와 구성원이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새 신영자산운용 수장에 오른 허남권 사장은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다. 한 회사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며 가치투자 1세대로 이름을 알렸다.
허남권 사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도 가치투자를 내내 강조했다. 물론 주식 투자에 있어 기업 재무정보도 중요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상장사 재무제표는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하게 제공된다. 외국인 투자자도 우리 증시에서 정보공개 투명성을 인정한다. 그런데 누구는 투자에 성공하지만 누구는 실패한다. 왜 차이가 생길까.

◆사람 만나 '숫자' 너머 파악

"우리 펀드매니저는 한 명이 주당 2~3개 이상 기업을 탐방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자료를 읽고 연구한다."

가치투자자에게는 현장실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업을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부분을 파악해야 한다. 이처럼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국 좋은 기업이 좋은 주가로 보답하기 때문이다. 시장 흐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많다. 하지만 본질이 아니다.

허남권 사장은 "경험상 거품에 근거한 시세는 오래가지 않는다"며 "계단형으로 우상승하는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주식투자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국내 상장사 주식이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

허남권 사장은 "우수한 경영능력과 실적을 보유한 상장사가 많지만 주가는 오랫동안 횡보했다"며 "배당이나 자산가치, 수익성 면에서 투자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신영자산운용이 추구하는 목표도 같다. 저평가된 국내 주식을 모두 찾아 적정가치로 상승할 때까지 투자하는 거다.

그는 "우리 기업이 모두 제 평가를 받는 때가 오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저평가주를 찾아 떠나야 할 것"이라며 "투자를 잠시 멈춰야 할 시기는 전 세계 상장사 주가가 고평가됐을 때"라고 말했다.

◆팔기만 하는 개미 보면 상투 아냐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으나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신영자산운용은 시장 수급을 보면서 이렇게 확신한다. 상승 에너지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는 거다.

허남권 사장은 "개인이 그렇게 열심히 팔았는데도 코스피가 2400선에 육박한다"며 "아직 상투가 아닌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요즘 지수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상승 촉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직 높아진 기대치를 채워줄 구체적인 재료가 안 보인다. 이런 면에서 새 정부 정책이 촉매제로 꼽히고 있다. 주식시장을 이탈한 많은 개인투자자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허남권 사장은 "새 정부 정책이 아직 제도화·구체화되지 않아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당국 행보에 따라 주가가 다시 한 번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팔기만 하는 개인 투자자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기업가치 증가분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바치고 있는 셈이다.

허남권 사장은 "과거 일본은 파생시장 성장분을 외국인에게 내준 전례가 있다"며 "우리는 현물시장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는 손바뀜도 잦다. 하지만 허남권 사장은 상승장에서 사고파는 일이 잦아지면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준을 세워야 선순환할 수 있어

막무가내는 안 된다.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뚜렷한 기준이 있으면 스스로를 설득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한결 쉬워진다. 기준은 경험을 통해 생긴다.

허남권 사장은 "다양한 펀드에 투자도 해보고,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상품도 검토하면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답은 없지만 기준이 생겨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면 그 다음부터 큰 무리 없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고객을 설득하고 상품을 추천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벌어주겠다는 약속을 하지는 않는다.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

허남권 사장은 좋은 기업이라는 전제 아래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 두 배로 사야 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같은 값에 두 배로 살 수 있는데 안 살 이유가 없다.

많은 투자자가 코스닥에 투자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하지만 가격적인 매력이 크다. 기업만 잘 고른다면 꺼릴 이유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신영자산운용은 20년 이상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투자를 해왔다.

허남권 사장은 "우리 회사가 만들어 놓은 선순환 구조 덕분에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내왔지만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에는 일관성이 없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일관성 있는 운용을 통해 긍정적인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자산운용이 자랑하는 대표상품인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주식) C형'은 2003년 5월 설정 이후 약 685%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영마라톤증권(주식) A형'도 2002년 4월 출시 이후 수익률이 563%를 넘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