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과 중국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외교안보대화를 열었다.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미국 내 반북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회담의 중심 의제는 역시 북한이었다. 이날 양국은 이전보다는 한걸음 더 나아간 대북 제재에 합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 "트럼프의 트위트·죽음의 백조는 중국 압박 신호"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이래, 트럼프 정부는 지속적으로 중국 정부가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을 요구했었다.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통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도발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주석과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노력을 해온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러나 그것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적어도 나는 중국이 시도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트위트를 올렸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트위트가 웜비어 사건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연이은 핵도발 억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메시지는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앞두고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면서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중국을 이용한 북한의 변화를 시도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가 트위트를 올리기 몇 시간 전에는 이른바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벌였다. 미국은 훈련과 외교안보대화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FT는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중국에 현재의 긴박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라고 보고있다"고 전했다.
◆ 미국 우선 중국통한 북한 압박 지속···효과 없을 땐 세컨더리보이콧 가능성도
웜비어의 사망 뒤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보복'의 방법을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일단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지 않게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훨씬 더 강력한 경제적 외교적 압력을 북한에 행사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고위관료들은 이날 대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북한의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라는 목표를 놓고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회담 뒤 기자회견에에서 틸러슨 장관은 미·중 기업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중국에게 대북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라고 외신은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번에도 중국발 제재가 여전히 효과를 못낼 경우 미국이 제재대상 북한 기업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기업을 일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매티스 국방 장관은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목표(end state)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솔직하고 열린 대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웜비어 사망에 대해서는 법률과 규범을 넘는 휴머니즘의 문제라면서 "어떤 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